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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지쳐가는 시간

by simple Rain

지난 8월 말, 시아버님께서 인공심장박동기 시술을 받으셨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다른 시술을 겪으신 터라 이번에도 걱정이 적지 않았습니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오가는 길, 병원문을 들어설 때마다 마음이 조급했고, '또 시술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마음 한편을 차지했습니다.


시술 자체는 비교적 순조롭게 끝났지만, 병원에서의 2일간 입원 기간 동안 마음은 편하지 않았습니다.

시아버님께서는 섬망 증세로 소변을 실수하기도 하고, 버럭 화를 내기도 하고, 시술하러 병원에 와 있다는 걸 잊기도 하셨습니다. 간병인의 도움도 거부하시고 시어머니만 곁에 계시길 원하셔서, 한 명만 허용된 보호자 역할을 시어머니가 하셔야 했습니다.


시어머니는 본인 건강도 좋지 않으신데, 아버님을 돌보시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갔습니다.

시아버님이 이번에 특히나 더 힘들게 하셔서 " 다음 시술은 하지 말자, 이러다 내가 먼저 죽겠다"라고 말씀하실 만큼 힘겨워하셨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자식들 또한 마음이 무거웠고, 때로는 시아버님의 지독한 고집스러움이 참을 수 없이 미웠습니다.

가족이 서로에게 이렇게 부담과 피로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습니다.


9월, 진료를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예약을 하고 갔음에도 진료 전 검사도 많고, 진료 대기시간이 많이 길어지자, 아버님은 그 기다림을 참지 못해 그냥 가자고 벌컥 화를 냈습니다. 시어머니와 저는 겨우 진정시키며 실랑이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느낀 피로감은 말로 다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검사와 진료를 무사히 잘 마치고 마무리되었지만, 아직 남은 시술들이 있다는 사실이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아버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선택임을 알면서도, 가족을 돌보는 일이 이렇게 지치고 버거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지치고 힘들고 또 부담스러운 마음이 크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다시 병원을 향해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시술 자체보다 기다림과 감정의 소용돌이가 우리 가족에게 더 오랫동안 남았습니다.

힘들고 속상한 순간들이 많았지만, 시어머니가 홀로 아버님을 케어하시며 겪으신 고단함과 안쓰러움이 특히 마음에 남습니다. 자식으로서 충분히 도와드리지 못한 것이 죄송했고, 그 속에서 시어머니가 감당하신 희생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평소에도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아버님이지만, 시술 후에는 짜증과 고집이 훨씬 더 심해졌습니다.

연세도 있으시고 체력 소모가 컸으니 짜증이 나고 고집을 부리시는 것도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금슬이 무척 좋았던 부부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시어머니가 어떻게 버티고 계신지 안쓰럽고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가족을 돌보는 일이 단순한 책임을 넘어 체력과 마음 모두를 소진시키는 일임을 새삼 느끼며, 지치고 힘든 마음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병원으로 향해야 하는 현실을 또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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