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올겨울은 생각보다 춥지 않네 하고 방심하던 날
하룻밤 자고 아침에 나섰을 때, 콧속으로 파고드는 차가운 공기를 느끼며
확~ 달라졌다는 걸로 먼저 알아차립니다.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계절이 바뀌었음을 몸이 먼저 압니다.
겨울은 소리가 작은 계절입니다.
나뭇잎도, 바람도, 사람들의 발걸음도 한 박자씩 느려집니다.
그래서인지 겨울이 오면 마음속 이야기들이 더 또렷해집니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생각들, 애써 외면했던 감정들이
차가운 공기를 타고 하나둘 떠오릅니다.
겨울은 시작과 끝이 함께 있는 계절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또 다른 시간을 맞이해야 하는,
정리와 출발이 동시에 요구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겨울이 오면 유난히 마음이 분주해집니다.
잘한 일보다 못한 일들이 먼저 떠오르고,
놓쳐버린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도 커집니다.
무언가를 정리해야 할 것 같고,
새롭게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 같지만
막상 무엇부터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한 해를 여기까지 잘 살아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를 다독여야 하는 계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겨울을 좋아합니다.
대놓고 설레는 계절은 아니지만,
마음이 차분하게 정리되고 생각이 깊어지는 이 시간이 좋습니다.
무언가를 애써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조금 느려져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계절 같기 때문입니다.
겨울이 되면 사람 생각도 많아집니다.
함께 있지 않아도 떠오르는 얼굴들,
말하지 못하고 지나온 순간들,
오랜만에 더 그리워지는 이름들
추위가 깊어질수록 마음은 오히려 사람 쪽으로 향합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봐도 역시 이 계절이 좋습니다.
끝을 말하면서도 다음을 준비하게 하고,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용히 말해주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이 겨울이 지나가면 또 다른 시간이 시작되겠지요
그때의 저는 지금의 이 겨울을 어떤 마음으로 떠올릴지 잠깐 생각해 보는
그런 겨울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