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저녁 메뉴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왔다. 기분도 울적하고, 하루 종일 비가 오니까 뭔가 자꾸 쳐지는 게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밤맛 동동주를 한 병 사들고, 남편 커피 하나, 아이들이 먹을 바나나맛 우유 두 개를 사 왔다. 집에 오자마자 된장찌개를 끓이고, 김치전과 도토리묵무침을 할 재료를 모두 냉장고에서 꺼내어 펼쳐둔 채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된장찌개는 냉동실에 소분해서 얼려둔 찌개용 야채 한 그릇과 대파 한 줌, 냉동 다진 마늘 한 조각 꺼내두고, 두부를 반 모 썰어서 다시 육수에 된장과 청국장을 풀어서 뚝딱 만들었다.
다음은 김치전. 김치냉장고에 묵은 김치 1/4 포기를 꺼내어 잘게 잘라서 준비해 두고, 냉동실에 얼려둔 작은 오징어 한 마리를 급하게 해동한 후 잘게 잘라 김치와 섞었다. 그리고 부침가루를 찬물에 풀어서 재료와 섞은 후 프라이팬을 달궈 기름을 두르니 지지 직하고 맛있는 소리가 난다. "역시 비 오는 날은 찌짐(부침개, 전의 경상도 사투리다)이지." 얼른 김치전 반죽을 얇고 넓게 펴서 부쳐낸다. 전은 기름맛이라, 오늘은 다이어트니 뭐니 생각하지 말고 그냥 기름 넉넉히 둘러 부쳐서 먹는 걸로. ^^;;
얇고 노릇하게 가장자리가 탈 듯 말 듯 부치는 것이 핵심 포인트! 가장자리가 제일 맛난데...
식구 별로 4장만 부친다. 많이 부쳐서 나중에 데우면 맛이 없고, 냉동실에 들어가야 하니까 그때그때 맛있게 부쳐먹도록 더 부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하이라이트, 도토리묵무침. 도토리묵을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더니 딱딱해져서 이대로 묵무침을 할 순 없다. 그래서 표시사항에 적혀있는 데로 반으로 잘라 뜨거운 물에 2~3분 넣었다가 꺼냈는데 이게 뭔가요? 자르는 순간 겉은 데워져서 물렁한데 속은 안 데워져서 가장자리와 속의 절단면 색깔이 다르다. 다시 데우자. 다시 뜨거운 물에 들어가서 약불에 넣어두고, 야채를 씻기 시작했다.
이제 묵을 꺼내서 속을 잘라보니 속까지 모두 데워졌다. 넓은 도마에 펼쳐둔 채로 이제 야채를 잘라본다.
상추, 오이, 양파, 당근 세척 후 상추는 한 입 크기로 자르고, 나머지 야채들은 얇게 채 썰었다. 양념장은 진간장, 고춧가루, 설탕, 식초, 참기름, 통깨를 넣고, 간을 맞춰서 준비했다.
넓은 볼에 식혀둔 묵과 야채를 넣고 양념장을 부은 후 신생아 목욕 시키듯이 조물조물 아주 조심스레 무쳐준다. 묵을 데웠더니 너무 말랑해져서 부서질까 봐 야채와 골고루 섞기가 조심스럽다. 손끝으로 야채를 털어가면서 묵과 함께 양념이 골고루 섞이도록 천천히 무쳐주었다. 마지막으로 참기름 한 방울 더 넣고, 접시에 담아서 통깨를 툭툭 뿌려준다. 역시 도토리묵은 고소한 양념맛이니. 맛있는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 퍼진다.
모두 완성하고 나서 둘째 아이, 첫째 아이, 남편까지 모두 집으로 속속 도착했다. 식탁에 모두 둘러앉아서 식사를 해보자. 김치냉장고에 넣어둔 밤맛 동동주를 꺼내서 밥을 반찬으로, 동동주를 밥으로 먹기 시작한다. 노릇하고 바삭하게 부쳐진 오징어와 김치가 조화를 이루는 오징어김치전과 고소하고 부드러운 달콤 짭짤한 도토리묵무침이 비도 오고 달착지근한 밤맛 동동주와 함께 환상 조합이다. 동동주가 술술 들어갔으나 두 잔만 마시는 걸로. 은근히 취하니 조심해야 함. 두 잔 마시고, 설거지 후 바로 취침에 들어가서 오늘에서야 브런치에 올리는 건 안 비밀.
하루도 무사히 잘 넘어가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가족들과 함께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도토리묵무침 만드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김치전 레시피>
<부추전 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