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제철 맞은 애호박으로 만든 부침개
장마철이라 비가 왔다가 해가 나왔다가 며칠 째 그러고 있는 와중에 어제는 해님이, 오늘은 비님이다. 저녁에 집에 와서 뭘 해 먹지 고민하다 며칠 전 친정엄마가 주고 가신 애호박 한 개가 보여서 꺼내어 들어본다. 비도 오고 하니 부침개를 부쳐보자. 역시, 비 오는 날은 부침개가 진리지. 그리하여 오늘 메뉴는 애호박 전 당첨이다.
재료는 애호박 1개, 당근 1/3개, 양파 1/2개, 새우살 한 주먹, 부침가루, 식용유
애호박은 씻어서 채 썰고, 당근과 양파는 껍질을 벗겨 씻은 후 채 썰어둔다. 새우살은 믹서기에 갈면 매우 편하지만 한 주먹 갈려고 초퍼나 믹서기를 꺼내는 순간, 설거지거리만 많아지면서 성인 한주먹의 양이 아기 한주먹의 양으로 변하는 마법을 만나게 되리니. 그냥 얼마 안돼서 칼로 다져본다.
부침가루를 차가운 물에 넣고 덩어리 진 것 없이 골고루 풀어준 후 거기에 준비해 둔 야채와 새우살을 넣고 섞어서 부침개 반죽을 완성한다.
프라이팬을 예열했다가 달궈지면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볶음 스푼으로 반죽을 두세 번 넣어서 골고루 펼쳐준다. 부침개는 식용유를 많이 넣으니 살찐다고 하지만, 어차피 먹으면 찌는 살 맛있게라도 먹자 싶으면, 전은 기름을 넉넉히 둘러야 제 맛이다. 가장자리가 갈색빛으로 변하면서 씹었을 때 바삭바삭하면서 고소한 식감. 그 맛이 진리인 것을.
한 면이 다 익었으면 뒤집는다. 그런데, 최대의 난관이 있다. 호박전은 물기가 많아서 뒤집다가 찢어지기 일쑤니 가급적 바싹 구워서 뒤집는 것이 실패할 확률을 줄이는 법이다. 가장자리가 바싹 익고 흰색이었던 물반죽의 색깔이 점점 투명해져서 전체적인 반죽 색깔이 투명한 빛을 보이면 이제 뒤집을 때가 된 것이다.
만일, 왕초보 요리사님이라면 뒤지개로 절반을 잘라서 반씩 나눠서 뒤집는 것도 실패하지 않는 방법 되시겠다. 어차피 내가 먹을 거니까 반씩 잘라서 뒤집어도 무방하다. 실패해서 곤죽이 되어버리는 대참사를 겪는 것보다는 나으니...
나머지 한쪽 면도 모두 익으면 큰 접시에 담아서 초간장에 찍어서 먹으면 꿀맛이다. 초간장은 진간장+식초+설탕+통깨를 섞으면 되는데 진간장 3:식초 1:설탕 1:통깨 1의 비율로 하면 얼추 평균적인 맛이 나온다. 너무 시거나 달다 싶으면 간장을 더 넣으시고, 덜 시거나 달다 싶으면 식초나 설탕을 좀 더 추가하시면 되겠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므로 각자 입맛에 맞춰서 가감하시기 바란다.
오늘도 이렇게 호박전으로 당근을 싫어하는 두 아드님의 당근 먹이기 작전에 성공했다. 당근이 왜 싫은지 물었더니 당근 특유의 향이 싫다고 한다. 그래서 카레에도 넣어보고, 좋아하는 닭볶음탕이나 찜닭에도 넣어봤지만 먹이기 참 어렵고 잘 먹지도 않는다. 그러나, 오늘 호박전에 넣은 당근은 골라내지 않고 모두 클리어해서 작전 대성공이다. 앞으로도 종종 전에 넣어서 먹이도록 해야겠다. 맛있는 저녁, 잘 먹고 편한 쉼 합니다.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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