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특식 제공 후기
무더운 여름을 알리는 삼복더위. 그중 첫 번째 복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준비한 초복특식..
초복엔 역시 삼계탕이 진리. 어김없이 올해도 닭다리삼계탕으로 선택되었다.
왜냐하면 영계백숙은 '뼈 말라 닭'이라서 비싸기만 하고, 먹을 게 없다는 슬픈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20년 넘게 초복이면 제공하고 있는 삼계탕 역사라 '닭다리 삼계탕(업계 전문 용어로 '장각삼계탕'이라고 한다)'이 조리하기도, 먹기도 좋은 메뉴 되시겠다. 너무 많아서 남기지도 않고, 발라먹기 힘들어서 다 버리지도 않는 합리적인 가성비 최고의 삼계탕.
일단, 서론이 너무 길었다. 복날 하면 삼계탕과 수박이 빠질 수 없지. 그래서, 이번 초복 메뉴도 '녹두찰밥, 닭다리삼계탕, 오징어어묵무침, 도토리묵, 오이고추&쌈장, 섞박지, 수박'으로 구성해 보았다.
녹두삼계탕을 하면 좋지만 녹두가 풀어지면서 국물이 탁해지는 단점이 있는 관계로 맑은 삼계탕 국물을 고수하기 위해 녹두찰밥은 국물에 말아 드시도록 준비했고, 삼계탕이 맑고 담백할 수 있지만 좀 기름지고 느끼하니 매콤한 오징어어묵무침을 곁들여 드시라는 깊은 뜻이 있다. 그리고 도토리묵은 음... 그냥 끼워 넣은 메뉴지만 뭔가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잘 어울린다(만고 내 생각이다...ㅎㅎ)
그리고, 삼계탕의 영혼의 단짝. 고추와 섞박지(무를 빚어서 담근 김치)를 빼놓을 수 없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기름진 국물과 밥을 한 입 떠 넣는 순간, 쌈장에 찍은 고추를 한 입 씹으면 뭔가 상큼하면서 아삭한 식감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또한, 섞박지는 말모말모. 말해 모해. 그냥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다 섞박지 너로. 알맞게 익은 시큼한 무의 맛과 향. 시원하면서 새콤달콤 아삭한 무 김치를 한 입 베어 물면, 텁텁한 닭고기에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로 다가온다. 삼계탕 닭고기가 퍽퍽하게 목으로 넘어갈 때쯤 섞박지가 함께 해서 시원하게 잘 넘어간다.
마지막으로 뜨끈한 삼계탕을 후루룩 쩝쩝 다 먹고 나면 배도 부르고, 뭔가 입가에 기름짐이 느껴질 때 빨갛고 달큼한 향이 내 코를 자극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을 하모니카 불기를 하면 어느새 흰색 껍질만 남아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이로써 오늘의 초복특식 먹방 대장정을 마쳤다.
이렇게 맛있게 먹기까지, 비가 와서 너무 덥지는 않았지만 습한 기후 덕분에 후덥지근한 주방에서 하루 종일 서서 뜨거운 불에 장시간 닭 삶는다고 고생하신 조리장님과 점심밥을 기다리는 많은 분들을 위해 식재료 다듬고 썰고 준비해 주신 조리원 여사님들께 격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오늘도 무사히 점심 한 끼 잘 마무리해서 감사한 하루다.
앗차, 빠뜨릴 뻔했다. 나와 함께 닭다리 세팅하고 국물 떠 나르느라 고생한 작은 영양사 선생님께도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급식 삼계탕 레시피가 궁금한 분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