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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또집 Oct 25. 2024

짱짱 최고최고야.

배변훈련 그리고 실수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리러 갔다.



딩동- 벨이 울리고

어린이집 문이 열리자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화장실에

단박에 눈에 들어오는 나의 아이가 있다.



어쩐지 표정이 좋지를 않다.



속이 안 좋아 큰 일을 속옷에 실수했다는 설명이 귀에 붙는다.

다시 아이 얼굴을 보는데 아이 눈에는 평소의 웃음기가 없다.



화장실에서 나와서도 아이는 영 눈을 마주치지를 못하고

자꾸만 시선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진다.



이제 막 기저귀를 벗고

속옷을 입는 연습을 하고 있는 너.



집에서는 어린냥을 하듯

화장실 변기보단 기저귀를 좋아했던 너지만



어린이집만 가면

연습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마치 엄마아빠가 자는 밤 몰래 화장실을 써오기라도 했던 듯

태연히 화장실을 잘 썼던 너인데



잘해오다 딱 한 번

배가 아파 설사를 하는 바람에 실수한 것임에도

하필 딱 그 타이밍에 들어온 엄마의 눈을 보지 못하고 눈동자가 자꾸만 에두른다.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원장님의 말을 등 뒤에 두고

엄마와 자전거를 타고 어린이집을 나선다.



묘책이라도 생각이 난 듯

돌연 나를 앞선 아이의 어깨에 흥이 올라탄다.



"엄마, 풀이 배가 아파서 아야아야 주사 마즈야지?"

"허-? 풀이 아야아야 주사 맞을 수 있어?"

"응- 아야아야 주사 이잉이잉 안 울고 마즐수가 이써-"



목소리에 자신감이 붙는다.



피식.

아이는 오늘 아침 흐르는 콧물 덕에 병원을 다녀왔다.

주사는커녕 목을 들여다보는 카메라에도 자지러지던 모습이

신이 난 아이의 뒷모습에 겹쳐 보인다.



엄마는 그냥 넘기지를 못하고 장난기가 돈다.

"풀이 오늘 아침에 목이랑 코 찰칵찰칵 찍는 것도 울었는데 주사를 맞을 수 있어-?"



아이의 목소리엔 주저함이 없다.

"응- 풀이 아침에는 이잉이잉 울었는데! 아야아야 주사는 안 울구 마즐수가 이써-"



그리고 덧붙인다.

"풀이는 짱짱 최고최고야!"



으하하.

아까 눈을 도르륵 도르륵

자꾸만 가라앉으며 도르륵 도르륵 굴려내던 모습은 어딜 갔는지.



하필이면 실수한 어린이집의 사회생활을 엄마한테 들켜서였을까

아니면 서러움에 엄마가 보고 싶었던 차였을까

시무룩한 모습이었던 방금 전과 달리



그저 문 하나 통과해서 나왔을 뿐임에도



아이는 자신의 엄마를 뒤에 두고

신이 나서 엉덩이까지 방방 뛰며 자신이 최고라 외친다.



짱짱 최고최고란 말은 또 어디서 들었는지,

웃음만 나는 하원길이다.



저 갑자기 솟구쳐 오른 자신감이 등 뒤를 지켜주는 엄마 때문이라면

나도 어깨가 한껏 올라간다.



내 아이가 세상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든든히 지켜주는 성이 된 것만 같아 마음이 붕붕

높디높은 가을 하늘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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