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4구역 개발 논란 / 출처 : 연합뉴스·뉴스1
“그늘이 생기지 않으니 문제 없다.”
서울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맞은편에 최대 145미터 높이의 초고층 건물을 허용하는 개발계획을 추진하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놓은 발언이다.
종묘 주변 경관 훼손 논란에 대해 “시뮬레이션 결과 그늘이 생기지 않는다”고 해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과 문화재 당국, 유네스코 등은 개발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울시는 문화재 보존구역 밖에서의 개발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대법원도 이에 힘을 실어주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절차상 협의 부족과 경관 영향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법원은 6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일부 개정안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시의회는 2023년 10월, 종묘 등 문화재 주변 개발을 제한하던 조례 조항을 삭제했다. 이에 문체부는 “문화재청과 협의 없이 조항을 삭제한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서울시의 절차가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현행 문화유산법은 보존구역(100m)을 초과한 지역에 대해서는 협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며, 서울시 조례 개정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로 인해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 / 출처 : 연합뉴스
오세훈 시장은 논란이 커진 가운데, 재개발의 정당성과 문화유산 보호의 공존 가능성을 강조했다.
5일 열린 서소문 빌딩 착공식에서 오 시장은 “세운4구역 개발은 종묘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으며, 건물 그림자도 종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녹지를 조성해 남산까지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라며 “이것이야말로 도심 재창조이자 문화유산을 살리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오 시장은 “문화재 주변의 건축 높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시점”이라며 “이제는 도시 개발과 문화유산 보존을 둘러싼 가치 체계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종묘 / 출처 : 뉴스1
하지만 유네스코와 국가유산청은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3일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가 유네스코 권고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종묘 인근 재개발 계획을 고시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유네스코는 올해 4월 서울시에 보낸 공식 서한에서, 재개발이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실시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 절차를 생략하고 계획을 고시했다.
국가유산청은 “대법원 판결은 존중하되, 종묘가 세계유산 지위를 잃는 일이 없도록 문화유산위원회 및 유네스코와 협의하며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