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더니... 필리핀에 5만 아이들 버리고 '잠적'

by 리포테라

“이 아이는 아빠 얼굴조차 모릅니다”
5만 명의 아이들, 외면당한 진실
국제사회 분노 부른 한국인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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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코피노’ 피해 급증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 남성들이 필리핀에서 아이를 두고 돌아간 뒤,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사례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현지에서 태어난 ‘코피노(Kopino)’ 아이들은 아버지의 존재조차 모른 채 살아가고 있으며, 이들을 돕는 시민단체의 활동이 점차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코피노 아이는 현재 약 5만 명으로 추산된다. 일부 아이들의 어머니는 SNS와 시민단체를 통해 “아이가 아빠를 한 번도 본 적 없다”며 제보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한국인 아버지들은 연락을 끊거나 거짓 정보를 남기고 잠적한 상태다.


도망간 아빠들, 얼굴 공개에 ‘움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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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노 아이와 한국인 남성 / 출처 : 개인 SNS


‘양육비를 해결하는 사람들'(구 배드파더스)의 구본창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코피노 아빠들의 얼굴을 공개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3일과 25일에도, 2010년·2014년·2018년에 각각 아이를 낳고 사라진 세 명의 남성을 지목하며 소재 파악을 위한 제보를 요청했다.



얼굴 공개 이후 몇몇 한국 남성들이 연락을 해왔지만, 실질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거나 아이를 직접 찾은 사례는 드물다고 밝혔다.



구 씨는 “책임지겠다는 연락은 오지만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이 찾는 엄마, 아빠의 이름조차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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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노 아이와 한국인 남성 / 출처 : 개인 SNS


구 씨에 따르면, 많은 남성들이 필리핀에서 동거하던 당시부터 여권번호나 연락처를 숨기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거주지를 ‘평양’으로 속이거나, 연락처를 허위로 남기는 일도 있었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들은 SNS나 시민단체를 통해 아빠를 찾는 요청을 올리고 있다. 상당수 아이는 아버지 얼굴이나 이름조차 알지 못한 채 성장하고 있다.



구 씨는 “10세 아들과 어머니가 아이의 아버지를 찾고 있다”며 제보를 요청하는 게시글도 공개했다.



일부 사례에선 아동 성착취 정황도 드러났다. 66세 한국 남성이 15세 필리핀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고 매달 7만 원을 보내며 수년간 동거한 일이 있었다.



이 남성은 자신이 정상적인 교제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구 씨는 “해외 빈민 지역에서 이뤄지는 비정상적인 관계”라고 지적했다.


방치된 아이들 5만 명… 정부는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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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Go Home(한국인 나가라)’라고 적힌 사진 / 출처 : 개인 SNS


구 씨는 2018년부터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실명을 공개하며 사회적 책임을 촉구해왔다. 그의 활동은 명예훼손 논란에 휘말려 대법원까지 갔고, 지난해 벌금 100만 원의 선고 유예 판결이 확정됐다.



그는 “한국 사회가 코피노 문제를 외면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문제를 방치하면 반한 감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일본의 위안부 문제 회피와 비교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한국 정부나 외교 당국은 이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지에서는 ‘Korean Go Home(한국인 나가라)’ 문구가 적힌 포스터까지 등장하며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



구 씨는 “이건 해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책임 문제”라며 “이대로 외면한다면 한국은 언젠가 이 문제에 대해 국제적 비판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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