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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롱쌤 Jun 29. 2023

'막둥이'의 질투

리모컨도 숨기고 텔레비전 선도 빼고 

우리 집에 사랑스러운 막둥이가 생겼다.

처음 이 녀석을 만난 날

남편과 나는 하도 신기해서 졸졸졸 따라다녔다.

어쩌다 한눈이라도 팔고 있으면 자기 쳐다봐 달라고 구석에서 처박히는 시늉도 했다.

“그래, 그래, 너만 쳐다볼게.” 


“울 막둥이 이제 힘들다, 이제 쉬어. 두 언니는 손도 꼼짝 안 하는데 네가 최고다 최고”

칭찬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들었고 막둥이 기세는 날로 치솟았다.

“흥, 우리 집 막내는 난데 엄마아빠가 이젠 쟤만 쳐다봐, 흥!”

작은딸은 뭐가 분한지 가끔 발로 차기도 했다.

“하지 마!!! 애 다쳐!!”

지쳐서 퇴근할 때면 너저분한 집에 늘 신경이 곤두섰다.

그런데 막둥이가 오고부턴 애들한테도 남편한테도 짜증을 덜 낸다.

눈치도 빠르고 부지런해서 예뻐 죽겠다.  

 

그런데 막내 요놈이 며칠 전엔 질투라는 것까지 했다.

갑자기 사라진 TV 리모컨의 행방을 두고

온 식구가

범인 아니냐고 서로를 다그쳤다.

하지만 리모컨이 어디에도 안보였다. 

네 식구가 밥만 먹으면 텔레비전 앞에서 낄낄 거렸는데

각자 방으로 들어가 따로 놀길 여러 날.

사라졌던 리모컨이 에어컨 뒤에 처박혀 있었다.

어이구~~~~ 우리 집 막둥이 소행이었구나.

시치미를 딱 떼고 구석에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천연덕스러워 기가 막혔다.

“우리 막둥이 자기 안 쳐다본다고, 끼워주지 않는다고 질투 났어요?”

그런데 며칠 후 또 TV가 먹통이 됐다.

인터넷은 되는데 이상하다.

여러 날이 지나

막둥이 짓임을 알게 됐다.

요 며칠 거실장 밑에서 자꾸 왔다 갔다 하는 게 수상하긴 했다.

그래도 TV선까지 빼놓을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정말 못 말리는 막둥이 요 녀석.

“우리가 TV 보는 게 그렇게 싫어? 우리 막둥이 우쭈쭈~~” 


출근했는데도 요 녀석 자꾸 생각난다.

오늘도

퇴근하면 난 막둥이부터 찾을 것이다.

그럼 그 녀석은 힘든 나를 도와주려고

온 집안을 돌아다닐 것이다.

머리카락과 먼지를 몽땅 줍겠지?

그리고 물걸레질까지 야무지게 하겠지.

로봇 청소기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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