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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롱쌤 Jul 18. 2023

상위 1% 아빠 낙제점 엄마

세심한 아빠와 헐렁한 엄마에 대한 평가

대학생 작은딸과 저녁식사 중 대화.

“졸업하기 전에 연애는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니?”

“왜요?”

“너희들 인생에서 가장 예쁜 시절이야. 아까워서.”

“무슨 그런 황당한 말씀을 하시나요?”

“빛이 나는 이 시기 혼자 보내지 말라고.”

“앞으로 먹고 살 준비 하느라 제 한 몸 건사하기도 버거워요.”

안타까워서 꺼낸 말인데 본전도 못 찾았다.      


그러다가 작은딸이 그런다.

“아빠 같은 남자를 찾을 자신이 없어요.”

켁~!!

밥 먹다 뿜을 뻔했다.

“뭐라고?”

정색하며 묻는 내게 딸이 그런다.

“솔직히 아빠 정도면 상위 1프로잖아요.”

딸의 느닷없는 칭찬에 남편은 싱글벙글한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제가 보기엔 그래요. 최근 아빠의 가정 기여도를 보면 상위 1프로예요.”

“가정 기여도? 아빠로서 점수야?”

“네.”

딸바보 상위 1%는 맞지 맞아.     


그런데 딸이 의아하다는 듯 말을 계속 잇는다.

“엄마, 남편으로도 상위 1% 아니에요?”

“그건 내가 판단해야지.”

밥 해주지 설거지해주지 청소해주지 시장 가주지 등산 가주지... 이 정도 수준은 제 또래 남자 중에도 잘 없을 걸요.”

하면 하는 거지 뭘 자꾸 해준대?

그리고 지가 남자를 만나나 봤어?

따지려다 말았다.

“내가 상위 1%라고? 왜 내가 상위 1%지?”

남편은 자다가도 웃음이 나온단다.

왠지 심술이 난다.      


다음날 대뜸 물었다.

“그럼 엄마는 상위 몇 프로야?”

작은딸이 능글거리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음~ 그건 기준이 뭐냐에 따라 달라요.”

기준이고 뭐고 말해봐.”

“말해줘요? 삐지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약속한다고!”

“그러니까 엄마는 과거 전통적인 돌봄 관점에서 보면 낙제예요.”

“뭐, 낙제?”

“엄마 더 들어봐요. 그런데 그게 요즘 육아 트렌드의 기준에선 상위 30프로쯤 돼요!!”

쟨 뭘 저렇게 돌려 깎기를 해?

그냥 엄마로는 낙제라는 거잖아.      


괜한 화풀이 남편한테 해본다.

“어이, 상위 1프로! 저녁 좀 해보셔!”

“왜 그래~~”

“됐고, 낙제 엄마 충격받아 아무것도 하기 싫어.”

“알았어~~ 내가 할게~~”

콧소리까지 내는 남편 슬그머니 주방으로 가서는 팔 걷어붙인다.

잠깐,

혹시 이거,

영악한 딸내미의 순진한 아빠 길들이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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