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깬다. 화장실을 들렀다가 한참을 뒤척이다 간신히 다시 잔다. 다시 눈을 떠보면 새벽 5시. 더 자야 해. 또 얕은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30분 지났다. 안돼. 이불깃을 머리끝까지 올리고 깜깜한 어둠 속으로 숨는다. 그러다 결국 6시에 벌떡 일어났다.
최근 수면의 질이 너무 나빠졌다. 갱년기 증상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화장실도 더 자주 들락거리고 작은 소음에도 눈이 자꾸 떠진다. 술을 먹어보라는 주위의 권유에 몇 잔 먹어봐도 도움이 안 된다. 미국 출장길에 사 온 친구의 수면보조제도 먹어봤지만 별 소용이 없다. 머리만 대면 잠들었다 눈뜨면 아침이던 잠꾸러기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불면증 불똥은 남편에게 튀었다. 근래 부쩍 남편의 코골이가 심해졌는데 그 소리 탓에 아예 잠을 설치는 날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코를 비틀어보기도 하고 베개를 높여주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남편이 과음이라도 한 날이면 새벽까지 내 머리를 쥐 뜯었다.
“여보, 도저히 안 되겠어. 술 먹고 오는 날은 거실에서 자면 안 돼?”
눈이 똥그래진 남편, 황당하다는 듯 쳐다본다.
“아니 방학이면 어찌어찌 견뎌보겠는데 학기 중엔 너무 힘들어.”
당혹스러움과 서운함으로 가득 찬 남편의 표정을 모른 척했다.
만취한 남편이 진짜 나가서 자야 하냐고 또 묻는다. 지난밤 녹음한 코골이 소리를 들려줬다.
“내가 예민한 것도 있는데 당신 소리 장난 아냐. 부탁해.”
남편은 진짜 자기가 이런 소리를 내냐며 믿을 수 없단다. 단호하다 못해 매정한 마누라의 부탁에 남편은 베개와 이불을 주섬주섬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