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세스 고딘 <보랏빛 소가 온다>

보랏빛 소는 레어하다. 그렇기에 위험하고 아름답다.

by 김민기

세스 고딘이라는 이름은, ‘마케팅’이라는 단어에 새 방향을 제시하는 데 꽤 오래전부터 익숙한 존재였다. 특히 그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보랏빛 소’는 단순히 눈에 띄는 존재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익숙함의 뒤편, 사람들이 더 이상 눈길조차 주지 않는 평범함을 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새롭고 이상한 것의 미덕을 이야기하는 데 집중한다.


책은 얇지만 무게감이 있다. 기업이든 브랜드든 결국은 태도의 문제라는 걸 세스 고딘은 설득보다는 진술로 말한다. 마케터는 더 이상 광고비를 늘리는 사람이 아니라, 제품의 시작과 끝을 관찰하고 그 사이에서 본질을 찾아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가 말하는 ‘보랏빛 소’는 비즈니스에 있어 전략이 아니라 철학이다. 이 책은 전통적 마케팅의 틀에 갇힌 이들에게, 한 발자국 물러서 다시 생각해보라고 요청한다. 무엇을 말할지가 아니라, 왜 이걸 만들었는지를 묻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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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광고 문구나 프로모션 전략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사람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그 안에서 왜 어떤 브랜드는 오래 살아남고, 어떤 제품은 잊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일이 마케팅이라는 개념의 확장에 가깝다.


내가 이 책을 들게 된 이유도 비슷하다. 마케팅이라는 세계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었다. 단기적인 클릭 수나 노출량을 넘어, 진짜 사람들의 선택을 이끌어내는 브랜드의 태도와 구조가 궁금했다.


그럴수록 단순하고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는 책을 찾게 된다.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는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특이한 것이 이기는 시대’라는 말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전략이 되려면, 어떤 근거가 있어야 할까. 그리고 그 근거는 결국 ‘진짜 다름’에 있을 것이다.


수많은 브랜드가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 동일한 문법을 반복하고, 디자이너나 마케터는 거기서 아주 조금의 변주를 시도한다. 그걸 넘어서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단지 눈에 띄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말이 아니다. 처음부터 설계 단계에서 ‘이건 기존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획, 그 본질적인 사고의 방향이 궁금했다.


책을 읽는 일은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지금까지 내 사고방식이 과연 유효했는지를 점검하는 일이다. 『보랏빛 소가 온다』는 그 점에서 적절한 리트머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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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소가 온다』는 전형적인 마케팅 이론서처럼 보이지 않는다. 페이지마다 사례가 가득하고, 세스 고딘은 마치 독자와 대화를 하듯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던진다. 그러나 이 책의 구조는 단순하다. 그리고 그 단순함이 오히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핵심은 이렇다. 평범한 것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고, 대부분의 브랜드와 상품은 그저 ‘기억되지 않는 것’의 일부가 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게 만들 것. 즉, ‘보랏빛 소’처럼, 평범한 풍경 속에서 이상할 정도로 눈에 띄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스 고딘은 이 책에서 과거의 마케팅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했는지를 짚는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중 광고의 시대에는 평균적인 제품이 안정적인 성공을 가져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마케팅은 ‘출발점부터 마케팅이 고려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보랏빛 소’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이 책은 그것을 하나의 철학으로 다룬다. 평범한 소들이 늘어선 들판에서 유일하게 보랏빛을 띠는 소는 이상하지만, 그래서 기억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하라는 것이 세스 고딘의 주장이다.


책에서는 수많은 기업 사례가 언급된다. 미니 쿠퍼,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 앤 제리스, 스타벅스, 그리고 애플. 이 브랜드들은 공통적으로 ‘기존의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랏빛 소다. 즉, 마케팅을 위한 마케팅이 아니라, 처음부터 제품 자체에 스토리와 경험, 감각적 특이성을 심어놓은 브랜드들이다.


이 과정에서 세스 고딘은 하나의 경고도 던진다. 보랏빛 소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며,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안전한 선택을 한다. 하지만 그 안전함이 오히려 가장 큰 리스크일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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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난 후, 한동안은 ‘평범함’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익숙하고 안전한 것에 대해, 내가 얼마나 많은 안도감을 느껴왔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깊은 한계를 만들어왔는지도 인정하게 된다.


『보랏빛 소가 온다』는 단지 ‘눈에 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나에게 이 책은 마케팅이라는 개념을 다시 정의하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나는 마케팅을 ‘설득의 기술’로 인식해왔지만, 세스 고딘은 그것을 ‘기획의 시작점’으로 본다. 이는 큰 차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건, 브랜드를 만들거나 제품을 기획할 때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더 중요한 건 ‘왜 이걸 만들었는가’를 끝까지 질문하는 자세였다. 그것이 결국 브랜드의 개성이고, 마케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어떤 브랜드가 보랏빛 소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의도적 기획이 아니라 정체성과 태도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은 불편하다. 안정적인 전략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성장의 시작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가진 힘이 아닐까.


세스 고딘은 반복적으로 말한다. “탁월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 하나를 덧붙이고 싶다. “탁월함은 이상함을 감수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 책은 결국 그 태도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는 이제, 보랏빛 소를 그저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그 들판 한가운데에서 이상한 소가 되는 길을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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