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함께 춤을 추는 댄스홀은 천국에 있다
나는 감정이 많은 사람이다.
화를 잘 내고, 질투도 잘하고,
속이 좁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그런 나를 고치고 싶었다.
조용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불같이 반응하는 대신, 물처럼 흘러가는 사람이.
그때 이 책이 나를 부른 것 같았다.
내 속에 숨어 있는,
내가 감추고 싶었던 감정들을 이름 불러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약간의 방어가 있었다.
‘나쁜 감정도 의미가 있다’는 말이
단지 자기 위안처럼 들릴까봐.
하지만 몇 페이지 넘기기도 전에,
그 방어는 조금씩 내려졌다.
책은 나를 판단하지 않았다.
대신, 나를 이해해줬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넌 이상한 게 아니야.
그 감정들도 너다워서 좋은 거야.”
/
이 책은 감정에 대한 철학 책이다.
그중에서도 ‘나쁜 감정’이라고 불리는 것들에 집중한다.
우리가 감추고 싶어 하거나,
없애고 싶어 하거나,
혹은 부끄러워하는 감정들.
질투, 분노, 시기, 경멸, 고소함, 앙심 같은 것들.
그 감정들은 늘 ‘너그럽지 못한 사람’의 증거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 책은 말한다.
그 감정들은 오히려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저자 크리스타 K. 토마슨은
우리가 그 감정들을 나쁘다고 여기는 건
도덕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고 말한다.
착해 보이고 싶고, 성숙해 보이고 싶고,
남들에게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
그래서 감정은 숨겨진다.
하지만 그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눌려 있을 뿐.
책은 감정 하나하나를 꺼내 보여준다.
분노는 왜 생기고, 그 안에 어떤 정의감이 있는지.
질투는 왜 꼭꼭 숨어 있다가
가장 가까운 사람 앞에서 고개를 드는지.
앙심은 단순한 원한이 아니라
스스로 존엄을 지키려는 마음이라는 것까지.
그 감정들이 우리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려’ 온 존재임을
철학자들의 시선으로, 아주 섬세하게 풀어낸다.
이 책은 감정을 분석하지 않는다.
대신 감정의 존재 자체를 윤리적 질문으로 바꾼다.
그 감정을 느낀 나는 왜 부끄러웠는가?
그 감정을 억누르려 한 건 누구를 위한 선택이었는가?
그리고 그 감정은 어떤 방식으로 나를 보호하려 했는가?
결국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그 감정들과 싸워야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춤을 추어야 한다.
그 감정들과 대화하고,
그 감정들 안에서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내 속의 ‘나쁜 감정들’이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못난 것이 아니라,
그저 ‘인간적인 것’으로.
/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내 감정들을 ‘내 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내가 내게 준 첫 번째 용서였고,
첫 번째 다정함이었다.
분노도, 시기심도, 앙심도
모두 내 마음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였다는 걸.
그 감정들이 말하고 있던 건
“너, 지금 힘들어”라는 한마디였다는 걸.
질투는 나를 낮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앙심은 내가 내 가치를 잃지 않으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경멸은 나를 아프게 한 구조에 대한 저항이었다.
그 감정들이 없었다면
나는 더 쉽게 순응했을지도 모른다.
더 쉽게 ‘착한 사람’이 되었겠지만,
그만큼 더 나를 잃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조금 알게 되었다.
감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건
‘감정의 언어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는 걸.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새로운 정의를 건넸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나쁜 감정을 없애고 싶지 않다.
대신, 그 감정과 함께 춤추는 법을 배우고 싶다.
그게 어설프더라도,
서툴고 엉성하더라도
나의 감정과 함께 걷는 삶이
그 무엇보다 진실하다고 믿게 되었으니까.
나는 여전히 질투하고,
가끔은 분노하고,
어떤 날은 앙심도 품는다.
그런 날, 이 책이 내 곁에 있다는 게 위안이다.
그 감정들이 나를 망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고 있다는 걸
이젠 조금은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