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알랭 드 보통 <불안>

영원히 함께할 애증의 존재

by 김민기

읽은 책은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다.

원제는 Status Anxiety.

지은이는 스위스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철학을 썼고, 사랑과 우울과 공항에 대해서도 썼다.

한숨을 쉬며 덮었다.

그건 어떤 위안의 숨이었다.


처음엔 ‘불안’이라는 단어에 이끌렸다.

낯선 말이 아니다. 오히려 내 손등 같은 단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내 곁에 먼저 깨어 있는 것.

불안은 나보다 부지런하다.

그래서 이 책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

불안, 너도 느끼지 않느냐고.

그래서 읽었다.

알랭 드 보통의 방식으로.


/


나는 원래 철학을 잘 모른다.

잘 안다기보다, 어렵다.

하지만 알랭 드 보통은 다르다.

그는 철학을 사람처럼 말한다.

사람 냄새 나는 철학.

그러니까 불안에 대해서, 무언가를 안다는 말투로 말하지 않는다.

마치 옆자리에 앉아

“그거 알아, 나도 그래”라고 말해주는 사람처럼 쓴다.


어느 날 퇴근길에 커피를 들고 서점에 갔다.

책 제목이 ‘불안’이었다.

책은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가만히 그것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책은 나를 아는구나.


사실 나에게 불안은 늘 있었다.

남들과 비교할 때,

마감에 쫓길 때,

내가 너무 무의미한 존재처럼 느껴질 때.

불안은 그 틈에 슬그머니 들어왔다.

그러다 마음속에서 자리를 잡았다.


나는 불안을 없애고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은 없애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대신 불안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불안이 왜 생겼는지,

우리가 왜 그것을 품고 살아가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것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를

아주 천천히, 조곤조곤 알려주었다.


그 말투가 좋았다.

잔소리하지 않았고,

불안해하는 나를 미워하지 않았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나는 조금 다정해졌다.

불안한 나에게.


/


나는 내가 왜 이렇게 자주 불안한지 자주 생각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읽고 나서도, 그 질문은 계속된다.

책은 나를 가르치지 않았다.

다만 내 뒤에서 아주 부드럽게 등을 떠밀었다.

이유를 생각해보라고,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불안한 이유.

첫 번째는, 사랑 결핍이다.

나는 자주 확인받고 싶어 한다.

사랑받고 있는지, 괜찮은 사람인지.

어릴 때부터 누군가의 칭찬 한 마디에 목말랐고,

그 말이 없으면 내가 사라질 것 같았다.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확신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존재 전체가 흔들렸다.

불안은 거기서 왔다.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 번째는, 속물근성이다.

나는 내가 속물이라는 걸 안다.

남의 학력, 직업, 외모, 재산이 신경 쓰인다.

비교하지 않으려고 해도 비교하게 된다.

그 비교는 나를 초라하게 만들고,

그 초라함이 불안을 키운다.

이 책은 그런 나를 비난하지 않았다.

속물근성은 인간의 본능이자,

사회의 구조가 만든 결과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에 울컥했다.

나도 이해받고 싶었다.

심지어 내 속물성마저도.


세 번째는, 기대다.

나는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더 잘 쓰고, 더 많이 벌고, 더 사랑받기를.

그 기대는 스스로에게 채찍이 되고,

그 채찍은 내 마음에 상처를 낸다.

기대는 희망이지만, 동시에 공포다.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말이

언제나 희망 뒤에 붙어 다닌다.

불안은 기대가 만드는 그림자였다.


네 번째는, 능력주의.

우리는 노력하면 뭐든 될 수 있다고 배웠다.

그래서 못 되면, 그건 오직 내 탓이다.

세상은 기회를 준다고 말하면서

그 기회가 누구에게는 더 가깝고

누구에게는 절대 닿지 않는다는 걸 말하지 않는다.

나는 계속 노력하고 있지만,

노력 자체가 고갈될 때가 있다.

그때의 불안은

세상보다 나 자신을 더 미워하게 만든다.


다섯 번째는, 불확실성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른다.

계획한 대로 되는 일이 없고,

계획할 수 없는 일만 생긴다.

그래서 불안하다.

길이 없다는 게 아니라,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그걸 하루하루 감당하면서

나는 내가 얼마나 연약한지를 다시 안다.


/


이 책은 그 모든 불안을 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부정하지 않고,

곁에 두고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었다.

나는 아직도 불안하다.

하지만 그 불안을

내 안의 일부로 인정하기로 했다.

싸우지 않고, 포장하지 않고,

가끔은 그냥, 안아주는 걸로.


책은 이 다섯 방을 천천히, 정성스럽게 보여준다.

불안을 없애지 않는다.

대신 불안과 함께 사는 방법을 보여준다.

철학자들의 문장을 빌려,

예술가들의 삶을 덧붙여,

결국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너만 그런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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