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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m Oct 13. 2024

<1편> 교실을 떠날 준비

한강님의 노벨상으로 기뻤던 이번 주, 수상 소식은 무기력한 일상에 큰 활력이 됐습니다. 그리고 한강님의 소설을 떠올리면 '소년이 온다'를 처음 읽고 3일 동안 고통스러웠고 슬펐던 기억이 납니다.


소설은 왜 읽는 것일까요? 저는 '아파보기 위해' 소설을 읽는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며 공감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는,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들이 제 글을 읽어주길 바라며 소설을 집필해보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읽고 아파보는 일은 아주 힘든 일입니다. 그리고 소설 속 주인공의 고통이 사회구조의 폭력 때문이라면 소설에서 벗어나 공동체는 고통의 원인을 분석하고 사회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을 보내고 민정이는 멍하게 모니터 앞에 앉았다. 오늘은 하준이가 친구를 때렸고 맞은 학생 어머니께 이 소식을 전달해야 한다. 평안한 하루는 이 교실에서 드문 일이다. 왜냐하면 민정이가 맡은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은 18명의 학생 중에 자폐 학생이 2명, ADHD 학생이 1명, 경계선 지능 학생이 1명, 나머지 학생들도 집중력이 현저하게 낮은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정이는 잠깐 생각했다. ‘초등학교 1학년은 늘 한 반에 힘든 학생들이 몰린다고? 몰려도 적당히 몰려야지, 대한민국 교실에 이렇게 학생 구성이 된 반이 또 있을까? 모르는 사람들은 나 때는 한 반에 50명이 넘었는데라며 자기 과거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이제 지겹다. 교육이라는 주제가 딱 봐도 지 새끼 자기가 안 키운 아저씨들도 술 먹으면서 자기가 전문가인 양 말할 수 있는 주제라 그런가 보다.’


오늘은 방학식이어서 조퇴를 하고 병원에 갔다. 민정이는 정신과에서 결심한 이야기를 한다. 휴직을 하겠다고, 30대 초반인데 이번에 못 쉬면 정말 몸이 안 돌아올 것 같다며 의사에게 호소한다. 마음이 약해져서 자기가 판단을 잘 못하는 것일까 봐 관리자들이 했던 이야기, 옆반 부장 선생님이 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의사가 놀란다. 화낼 일이 맞다고, 아니 지금 어떻게 그런 말과 행동을 하냐며 의사가 눈살을 찌푸린다.


민정이는 올해가 드라마 같아서 이게 현실인지 내가 소설 속 주인공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8년 차, 새로 학교를 옮겼는데 받게 된 1학년 담임 자리. 2년 전에 1학년 담임을 해봤고,  특수 학생을 우리 반으로 하겠다고 먼저 말하며 1년간 통합학급을 잘 운영해 본 기억이 있기에 떨리지만 새 학기를 시작했다. 학생들 사진을 찍고 한 명, 한 명 그림을 그려 우리 반 그림을 만들면서 '이 그림은 우리 교실 부적이다? 1년 동안 뒤판에 잘 붙어있어라. 아무 일도 없게 해 주세요.'라고 생각하며 부디 자신의 정성과 헌신이 통하길 기도했다.


학생들이 실제로 힘들었다. 입학할 때부터 중증자폐라고 알려진 지원이는 소리를 지르고 교실을 돌아다녔다. 3월 첫 2주간은 특수반에 가지 않기 때문에 교실에서 모든 시간을 생활하는데 학생이 울고 소리를 지르니 수업이 되지 않았다.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노래 가사가 민정이 자기 이야기 같았다.

3월 생활을 하는데 계속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중증자폐학생은 그렇다 치고, 나머지 학생들도 일반적이지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리고 그 이상한 촉은 맞았다.


민정이 교실에는 자기가 하기 싫은 활동은 울면서 거부하는 남학생이 있었다. 급식실에 가서 울면서 줄 서기를 거부해서 다시 교실에 학생들을 인솔해야 할 때  그 남학생은 다른 선생님들이 봐주고 타일러야 했다. 그리고 학부모 공개수업날에 그 남학생은 또 울면서 교실 오기를 거부했다. 공개수업은 5교시, 더 이상 타이르면 모든 학생들이 5교시에 늦기에 울고 있는 학생은 다른 선생님들과 관리자들에게 맡기고 교실로 돌아왔다.


"선생님, 우정이 왜 교실 안 와요?", "제가 데리러 갈게요."라며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오지랖 많은 학생이 갑자기 교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얼른 교실로 데려와서 지금 엄마, 아빠가 오실 거라며 교실 정돈을 했다. 머릿속이 어지러웠지만 눈앞에 학생들과 학부모님들로 교실이 꽉 차 있었고 민정이는 수업을 했다. 학교에 15번 와본 학생들과 학부모 공개 수업을 했다고 생각하니 세상에 기적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수업을 마치고 관리자들이 우정이와 함께 교실로 왔다. 우정이 얼굴을 보니 울음은 진작 그친 듯했고 관리자들이 오늘 공개수업에 오지 않은 우정이 부모님께 전화를 했다며 상황 설명을 했다.


우정이가 공개수업 전부터 울면서 수업을 거부하자 우정이 어머니께 전화를 드린 적이 있었다. 우정이네는 사는 게 바쁜 편인 것 같았는데 우정이 어머니는 전화드린 아침 일찍부터 이미 출근해 있었다.

"선생님 잘못이란 게 아니라 우리 우정이는 부드럽게 말해야 통해요. 문장 끝에 ~할까? 라며 높은 톤으로 말해야 해요. 저도 명령조로 말했을 때 전혀 듣지 않더라고요." 어머니와 통화하며 민정이는 '이 엄마도 보통 아니네'라고 생각했다. 우정이 누나도 이 학교에 다녀서 우정이 누나에 대해 알아보니 누나는 아주 괜찮은 편이고 우정이 어머니도 일반적이신 분이라고 들었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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