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일상
일주일 캠프를 다녀오고 지난주 월요일 부터 주구장창 도서관에서 우리는 반나절을 보내고 있다.
우리집에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몇 발자국면 걸으면 도서관이 있다. 처음 여기 아파트에 청약 당첨이 되어 가장 좋았던 점은 도서관이 있어서였다. 도서관옆에 초등학교도 붙어 있다.
아무튼 더운 여름 에어컨비도 절약할 겸, 우리는 아침을 먹고 9시가 되기 전에 도서관으로 출근을 한다.
보통 도서관이 쉬는 월요일에는 인근에 있는 다른 도서관을 가기도 했다. 다른 도서관은 매주 금요일이 휴관임.
캠프 다녀 온 뒤로 몸도 피곤하고, 마음이 붕 뜨 있는 첫째는 첫날부터 공부에 집중하기에 힘들었다.
월요일이 지나고 수요일 부터 집중의 궤도가 올라오는 느낌이다.
첫째가 공부할 동안 나는 블로그에 글을 적기도 하고 육아서를 읽기도 하고, 일주일에 두번 있는 화상영어 수업 예습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마주 보고 공부를 하고 있다 보니 서로 딴짓을 하면 감시하기 좋다.
그래서 아이의 집중을 위해 나도 핸드폰 사용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핸드폰도 거의 무음 상태로 해두고
급한 전화가 아니면 받지 않고, 엄마도 집중해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도서관이 가까이 있기는 했지만 책 대여만 열심히 했지, 이번 방학만큼 학습을 위해 출근도장을 찍은건 이번 방학이 처음이지 싶다. 생각해보니 작년 겨울 방학에는 내가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같이 오고 싶어도
같이 올 수 없었다.
작년 겨울방학때 둘째는 돌봄교실에 첫째는 집에서 거실책상에 혼자서 공부를 해었다. 거실에 홈카메라를 설치하고 출근을 했었는데 중간 중간 머리 시킬겸 노래도 부르는 아이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래도 엄마가 퇴근해서 올 동안 거실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그때는 짠한 마음이 들었다.
친구들 만나서 노는 것도 아니고 주말을 제외한 거의 평일에는 집순이가 되어 엄마가 빌려준 도서관 책을 읽거나 거실책상에 앉아서 공부했던 첫째가 지금 생각해보면 초등5학년인데 기특한 마음이 든다.
아무튼 2주가 다 되어 가는 시쯤에서 이제 첫째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게 익숙해졌다고 한다. 사실 집에서 공부를 하도 되지만 집에서 하다보면 하루종일 에어컨을 돌러야 되고, 집에서는 늘이지기 쉬운데
도서관에 오면 모든 사람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보니 자기도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하게 된다고 했다.
집중을 잘 한 날에는 엄마의 포상으로 집앞 메카커피에서 좋아하는 밀크티를 사서 오후 공부를 시작한다.
아주 소소한 포상이지만 아직까지 순진한 첫째는 달달구리한 밀크티로 코끝을 찡그리면서 행복해 하는 웃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수학문제를 풀다가 한계점이 오면 1층 어린이자료실에 가서 학습만화를 20분 가량 읽으면서 머리를 식힌다.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도서관에서 찾은 셈이다. 이번 방학의 계기로 첫째가 개학을 하더라도
나도 오전 수영수업이 끝난 뒤 집안일을 해놓고 도서관으로 출근을 할 생각이다.
생각해보니 11월달 부터 내년 9월까지 사용중인 도서관이 리모델링이 들어간다고 한다. 거의 일주일에 서너번 책 대여도 하고 주말에는 둘째가 듣는 도서관 수업도 있는데 1년동안 사용을 못한다고 하니
많이 아쉬울것 같다.
그래도 깨끗하게 리모델링 될 도서관을 생각하니 설레는 마음도 든다. 아무튼 이번 여름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보니 전기세도 절약하고 첫째는 좀 더 집중해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다고 할까?
첫째랑 도서관에서의 일상이 엄마에게도 나름 소소한 행복의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