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스타처럼 죽고 싶어

5화 _두 번째 초대

by 햇빛투게더



송기후팀 공연이 끝나도 락스타는

다른 사람들과 섞여 광란의 밤을 보낼 모양이다.

가자고 눈짓해도 아는 체도 안 한다.

조금 피곤해진 나는 슬쩍 클럽을 빠져나왔다.


"이율이 씨."


고당도당도당도의 그 목소리.

돌아보지 않아도 안다. 송기후다.


"와주셔서 감사해요."

"저야말로 즐거웠어요."

"못 알아볼 뻔했어요."


공연히 찔린 나는 크롭니트를 잡아내리느라

두 손이 분주해졌다.


"같이 온 친구가 억지로 입힌 건데..."

"잘 어울려요. 노란색"

"아.. 감사..합니..다."

"들어가시는 거예요? 친구분은요?"

"혼자서도 잘 놀아요. 그 친구는."

"저... 그럼..."

"네?"

"엄마가 음식을 너무 많이 했더라구요.

같이 드실래요? 혼자서는 무리라서요.

안 도와주시면 그대로 버릴 거 같아요."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다.

그의 이름을 알게 되고 부르게 되고

콘서트에 이어 두 번째 초대를 받았다.

나는 혹여라도 그 제안이 바스러질까 봐

1분 1초의 지체 없이 크롭니트 차림으로 갔다.


송기후가 식탁을 차리는 동안

나는 그의 방을 둘러보았다.

송기후의 방은 짙은 네이비와 메탈 콘셉트다.

작은 디지털 피아노가 놓인 밤의 창가에는

송기후의 변천사 액자가 빼곡하게 놓여있었다.

귀여워....


"피아노 전공하셨어요?"

"졸업은 못했어요. 이런저런 알바하다

작곡을 하게 됐는데 그 후로 못 돌아갔죠, 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너무 설렜는지 때때로 송기후의 목소리는

음소거처리 됐다.

이게 신이 준 마지막 만찬이라면 감사하련다.

송기후는 상상보다 더 다감한 사람이었다.

갈비찜을 푸짐하게 담아

내 개인접시에 놔주었다.


"어머니가 너무 젊고 미인이라 놀랐어요."

"들으면 좋아하시겠다.

평생 들어도 안 질리나 봐요. 그 소린."


한참을 또 말없이 먹다가

또 누군가 한마디 꺼내면 대화가 이어지고

또 한참을 말없이 먹었다.

밥이 조금씩 줄어들자 아쉬워졌다.

비어갈수록 이 집을 나가야 할 것만 같아서.


"이율이 씨는 무슨 일 하세요?"

"......."

"내가 맞춰볼까요?"

"네."

"음악 쪽은 아닐 거 같고.

글이나 미술 쪽 같은데.."

"둘 중에 뭐 같아요?"

"왠지 모르겠지만.. 글 쪽...?"

"땡땡땡!"

"난 꼭 이래. 아닌 거 같은 게 항상 정답."


그때 휴대폰 소리가 울렸다.

테이블 위의 휴대폰 액정은 [보컬형]이다.

송기후는 휴대폰을 집어 들더니 창가로 갔다.


"어, 형. 오늘 안 된 다했잖아."


날티 나는 보컬의 능청스런 목소리는

휴대폰 너머까지 쩌렁쩌렁 들렸다.


[얀마, 너 여자랑 나갔다며. 노란 옷.]


송기후가 미간을 접으며 웃었다.

노란 옷이면 나잖아....


[나중에 소개해 줘야 돼.

니가 여자랑 나간 거 머리털 나고 첨 본다.]

"그런 거 아니야. 낼 봐."


송기후가 난감한 얼굴로 돌아왔다.


"아직 배부르면 안돼요."

"네?"

"치즈케이크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냉장고 부탁했나 봐요.

현관에 두고 가셨으면 허물어졌겠죠."

"아..."


테이블은 디저트로 다시 세팅됐다.


"전 원래 꾸덕한 초콜릿케이크 파인데

엄만 모르세요."

"왜요?"

"우연히 사 오셨길래 잘 먹었더니

내 최애라고 생각하신 모양이죠."

"저도 실은 꾸덕한 초콜릿케이크 좋아해요.

오늘 대접해 주셨으니까 다음엔 제가 살게요."

"좋죠."

"다음 공연 때는 노래 제가 해요.

최근에 만든 건데 보컬 형이 그 노랜

저보고 하라네요. 와주실래요?"

"좋죠."

"영화도 볼까요?"

"좋죠."

"꾸덕한 초콜릿케이크는 그날 먹어요."

"좋죠."


그때 복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누군가 벨을 누르고 현관문을 발로 차는 듯.

송기후와 나는 현관문을 열고

누구의 소행인지 봤다.

저 익숙한 뒷모습은 서대표...?


"무슨 일이시죠?"


서대표는 마스카라 번진 얼굴로 홱 돌아봤다.


"야!!!!!!!"


서대표는 다짜고짜 내게 달려들어

그 비싼 명품백을 내게 휘둘렀다.

놀란 송기후는 서대표와 나 사이에 끼어들어

나를 감쌌다.


"말로 하세요, 말로!!!"

"이 새낀 또 뭐야. 저리 비켜!!!

야, 이율이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사람을 이딴식으로 배신해?

남의 가정 깨고도 니가 무사할 거 같애?"


듣자듣자하니 뇌관이 터질 것만 같았다.

미간 잔뜩 접힌 채 나는 송기후의 품에서

벗어났다.


"남의 가정을 깨요? 제가요?"


송기후도 황당한 얼굴이다.

서대표의 행패에 3층의 모든 집 현관문이

빼꼼빼꼼 열렸다.

순식간에 나는 오물을 뒤집어썼다.


"일부러 그런 거지, 너. 나 엿먹이려고."

"알아듣게 좀 말씀하시죠.


사람들은 시끄럽게 떠드는 서대표의 정보만

듣고 있는 상태.

가정을 깨다니... 서대표의 말만 들으면

마치 내가 몹쓸 짓을 한 주체라도 된 모양새다.

송기후의 표정도 일그러지고

문 열린 각각의 현관문에선 쯔쯔 소리가 났다.


그때 또각또각 소리가 위협적으로 울렸다.

계단에서 성난 붉은 머리카락이 보이더니

한걸음 올라오면 성난 얼굴,

또 한걸음 올라오면 성난 모션으로

위풍당당 모습을 드러내는 락스타다.


"거기거기 아직 들어가지 마세요.

제가 한 줄 브리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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