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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엄빠의 온라인 세상

K장녀의 행복찾기

by 장소영

요즘 어르신들은 스마트폰으로 게임도 하고 유튜브도 보시던데 우리 엄마 아빠는 아직 폴더폰을 사용하신다. 그런데 현관 도어록 사용법도 2년 전에 배우신 우리 아빠가 최근에 몇 번이나 이런 말을 하셨다.

“병원 가니까 할배들이 폰으로 고스톱을 치고 있더라.”

‘우리의 모든 말은 부탁이거나 감사의 표현이다.’라고 한 마셜 로젠버그의 말에 따르면 아빠의 말은 말 그대로의 ‘카더라’가 아니다. 게임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이다.

“돈 많이 안 들제?”

게다가 한 가지 조건이 추가되었다. 게임을 할 수 있되 비용은 많이 들지 않아야 한다. 최소비용, 최대효과의 경제원칙까지 실현해야 한다. 딸과 사위들은 프로젝트 실행에 돌입했다.


프로젝트 1) 인터넷 비용 마련하기

여러 업체를 알아보고 가장 저렴한 곳을 골라두었다. 인터넷과 TV 결합상품으로 3년 약정, 인터넷 100mbps, 텔레비전 239개 채널, 한 달 요금 19,800원이다. 2만 원 돈으로 꽤 저렴하지만, 아빠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동생이 엄마 휴대폰 요금제를 알뜰 요금제로 변경하면 휴대폰 한 달 요금을 2만 원에서 7천 원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정보를 찾았다. 이제 비용 조건은 만족이다. 다만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유심칩을 셀프로 끼우고 개통도 직접 해야 한다. 비밀번호를 수십 번 넣고 인증을 수십 차례 했을까? 엄마의 휴대폰 요금제를 변경하고 인터넷 설치까지 완료했다.


프로젝트 2) 아빠에게 적합한 기기 찾기

엄마는 웬만한 전자 기기 터치도 할 줄 아시고 휴대폰으로 카톡도 할 줄 아신다. 하지만 2년 전에 도어록을 누르게 되신 우리 아빠에게는 작은 화면의 휴대폰은 적합하지 않았다. 고심하던 남편이 태블릿을 추천했다. 그렇다! 크고 둔한 아빠의 손가락으로 터치하려면 태블릿이 여러모로 나았다. 동생들과 모은 곗돈으로 적당한 사양의 새 태블릿을 샀다.


프로젝트 3) 태블릿 사용법 알려드리기

마지막 프로젝트이자, 가장 힘든 프로젝트가 될 거라 각오하고 교육을 시작했다.

“이 작은 버튼을 길게 꾹 누르면 태블릿이 켜져요.”

“화면을 밀어봐요. 이걸 앱이라고 해요. 이건 고스톱, 이건 장기”

“카드 게임도 해줘라. 그 세 개면 된다.”

“아빠 잘하제?”

어라? 게임을 곧잘 하셨다. 드래그도 많이 해본 사람처럼 잘하셨다.

“끄고 켜는 거를 해봐야 한다.” 메타인지까지 발휘하시는 우리 아빠.

집에 와이파이를 설치했는데도 유튜브가 돈 드는 줄 알고 안 보신 엄마께는 와이파이가 공짜라 알려드렸다. 큰돈 번 것처럼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곧바로 가수 임영웅의 노래가 큰 볼륨으로 흘러나오고, 엄마는 임영웅과 듀엣 무대를 시작하셨다.


프로젝트 4) 보충 교육하기

“태블릿으로 음악도 들을 수 있제?”

이건 ‘yes, no’를 묻는 말이 아니다. 태블릿으로 음악을 듣게 해달라는 부탁이다.

유튜브 앱을 게임 앱 옆에 끌어다 두고 가장 쉽게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순서를 알려드렸다. “음악 메뉴를 누르고 가수 이미자 섬네일 사진을 누르면 돼요.”

혹시나 몰라 공책에도 순서를 적어드렸다.

“소영아, 음악이 갑자기 안 나온다.”

또 다른 AS 신청을 받고 가봤더니 와이파이가 꺼져있다.

“엄마, 이게 와이파이야, 꾹 누르면 파란색이 되지? 이게 와이파이에 연결되었다는 거야.”

우등생인 엄마는 여러 번 연습해 보셨다. 그리고 만족하셨는지 깔깔깔 웃으셨다.

스마트기기를 꼭 붙들고 열심히 공부하시는 엄마 아빠의 사진을 찰칵 찍어 동생들에게 보냈다.

“엄마 아빠가 평범하게 일상을 사셔서 너무 좋다.”

동생이 감동할 줄 알고 있었다. 이심전심, 내 마음이 그러니까.

다들 집 집마다 속 사정이 있다지만 평범한 가정이 가진 그 기본값이 부러웠다. 서로 부드러운 대화가 오가고, 서로를 위하는 알콩달콩함이 있는 가정 말이다. 요즘만 같으면 우리 집도 평범한 가정이 된 것 같다. 게다가 오늘 이렇게 엄마 아빠가 온라인 세상으로 들어오시니 그 기본값을 뛰어넘은 것도 같다.


“오늘 장 보는 데 돈을 와이리 많이 썼노?” 말과 달리 이미 얼굴에 웃음이 번지신 아빠,

“참외랑 고등어랑 가자미랑 샀지.” 하면서 아빠 드시라고 참외를 깎아주시는 엄마,

“장군이요! 멍이요! 쓰리고!” 같이 놀아줄 태블릿을 들고 출근하시는 아빠,

“음악 듣고 있다 보면 잠이 솔솔 온다.” 유튜브 노래를 듣다가 잠드시는 엄마.

평범한 일상을 사시는 부모님의 모습에 나는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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