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은 향기가 나지 않아

그러다 나를 울리고

by 강예이

나는 개똥이 묻은 거리를 걷는 것을 좋아한다


옆에 지나가는 개똥벌레 몇 마리

그들의 출현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나는 어디서나

삶의 꽁무니를 놓친 최후의 전선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속이 미어져올 때 내리는 눈물

이곳은 해가 닿지 않기에

다른 이의 눈물도 마르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 더 활기를 넣어볼 걸 조금 더 긴 숨을 내쉬어볼걸 조금 더 까무러지듯 큰 소리를 내질러볼걸 어떠한 사건을 만들어

늘 고요한 사람들을 깨워볼 걸

그렇게 새로운 마음을 만들어볼 걸 그랬다


내 다릿심 하나하나가

삶을 능멸한 반지하집 철장에 스며들 때

죽음만이 보이던 노인의 고개를 돌렸던 것 같이

나는 좀 더 활기차게 발길질을

해볼 걸 그랬다 옆에 애기똥풀을 씹던 아이도

나를 보며

시린 겨울을 들춰내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꺼져갔다기보단

꺼져있었던 것 같은 꼬부라진 가로등은

마치

가난한 피사의 사탑

그 아래 꼬부라진 백발의 할머니는 개똥 위에 앉아버린다

의자로 착각한 것일까 젠장 염병할

운은 여기에도 없다


새까만 배추 몇 포기 꼬부라진 고구마

어떻게

저것마저도 꼬부라졌을까


그냥 지나치려다 한 발자국에 매여오는 목에

다시금 돌아가

군고구마의 안위를 물었다


젊은이

고구마 하나만 사가

아주 아주

맛있는 고구마 하나

젊은이여


한 입 깨물어보면 보이는 웃음가에

할머니의 시선이 옮겼던 곳은 해가 있는 하늘

하지만

달지 않고 쓴 개똥 맛에도

나는

찡그리지 못했다


함께 하늘을 보아


조금만 더 걸어볼 걸 하는 사이

꺾어진 똥풀엔 흙산보단 개똥이 쌓이고

향기란

조금도 나지 않는다


고인 눈물에

나도 꺾여간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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