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내 편이 되어주던 사람
첩첩산중 외딴곳 서글픈 산바람이 불어오는 곳
보드라운 풀들의 정겨움 속
할미꽃 한 송이 살고 있다
어김없이 새벽이 되면, 그 공허한 공기에 익숙해진
탓일까
더 깊은 잠도 욕심이라 여기는 할미꽃은 중력을
이기지 못한 탓일까
굽어진 허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솔직해질 뿐이다
그 할미꽃은 아주 긴 세월 동안 비를 가려왔다
또 어쩔 땐 눈이
또 어쩔 땐 우박이 그 할미꽃에 의해 가려졌다
그것의 뒤는 상처투성이에 깊은 점들이 박혀있는
모습이지만
땅에 있는 씨앗들에겐 그저 햇빛이 비치는
고운 님일 뿐이다
산전수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살아온 그것에겐
조금의 힘듦도 내가 보살펴야 될 몫이라고
조금의 지침도 나를 선택한 벗이라고
조금의 이슬비도 나에 대한 사랑이라고
그것은 개화하고, 또 낙화하기를 반복해
수두룩이 떨어진 그것의 꽃잎들은
그것의 깊은 추념과
그것의 깊은 유념을 담아
해가 찔 때는, 한 줄기의 바람이 되어
비가 올 때는, 한 세상의 우산이 되어
눈이 올 때는, 한 편의 낭만이 되어
첩첩산중 외딴곳 서글픈 산바람이 불어오는 곳
보드라운 풀들의 정겨움 속
할미꽃 한 송이 살고 있다
그 할미꽃은 지금도 땅의 씨앗들을 지키며
살고 있다
굽은 허리에 내리쬐는 위풍당당함과
솜털 속 흰머리의 아리따운 기세로
그 할미꽃은 지금도 땅의 모든 것들을
사랑하며, 지키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