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항상 내 편이 되어주던 사람

by 강예이

첩첩산중 외딴곳 서글픈 산바람이 불어오는 곳

보드라운 풀들의 정겨움 속

할미꽃 한 송이 살고 있다


어김없이 새벽이 되면, 그 공허한 공기에 익숙해진

탓일까

더 깊은 잠도 욕심이라 여기는 할미꽃은 중력을

이기지 못한 탓일까

굽어진 허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솔직해질 뿐이다


그 할미꽃은 아주 긴 세월 동안 비를 가려왔다

또 어쩔 땐 눈이

또 어쩔 땐 우박이 그 할미꽃에 의해 가려졌다


그것의 뒤는 상처투성이에 깊은 점들이 박혀있는

모습이지만

땅에 있는 씨앗들에겐 그저 햇빛이 비치는

고운 님일 뿐이다


산전수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살아온 그것에겐


조금의 힘듦도 내가 보살펴야 될 몫이라고

조금의 지침도 나를 선택한 벗이라고

조금의 이슬비도 나에 대한 사랑이라고


그것은 개화하고, 또 낙화하기를 반복해

수두룩이 떨어진 그것의 꽃잎들은

그것의 깊은 추념과

그것의 깊은 유념을 담아


해가 찔 때는, 한 줄기의 바람이 되어

비가 올 때는, 한 세상의 우산이 되어

눈이 올 때는, 한 편의 낭만이 되어


첩첩산중 외딴곳 서글픈 산바람이 불어오는 곳

보드라운 풀들의 정겨움 속

할미꽃 한 송이 살고 있다


그 할미꽃은 지금도 땅의 씨앗들을 지키며

살고 있다

굽은 허리에 내리쬐는 위풍당당함과

솜털 속 흰머리의 아리따운 기세로


그 할미꽃은 지금도 땅의 모든 것들을

사랑하며, 지키며 살고 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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