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
플랫폼에 저가로 올린 영향인지 한라산 동호회팀 이후로도 간간히 예약이 잡혔다.
공과금도 안 될 저가이지만 그나마 다행인 셈이었다.
그러던 어느 이른 아침,
한 통의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 저..."
" (?) 누구세요?"
"... 무수암산장이죠?"
어린 여자의 목소리다.
" 네, 맞는데요."
" 저... 지금 가도 되나요?"
" 네에엣?"
'이건 또 뭔 말인가!?
체크 인이 보통 3시, 빨라도 2시인데 이렇게 이른 아침에 오겠다고?!'
이런 식으로 자꾸 끌려다니면 안 된다는 판단에 나름 단호하게 얘기했다.

"오후 3시부터 입실입니다.
그리고 지금 청소 중입니다."
"... 짐이..."
" 그럼 짐만 놔두고 가시면 청소 끝낼게요."
" 지금, 공항인데... 픽업되나요?"

'뭐어 피, 피픽어ㅂ업~~!!
왜엣~~! 이런 말도 안 되는 손님만 걸리는 거야!!'
너무 황당한 나머지 목소리가 한층 날카로워졌다.
" 차 렌터 안 하세요?"
"... 네. "
" 우리 집은 중산간이라, 차 없으면 힘들어요."
"... 운전 면허증이."
'으음, 그건 나도 없으니 뭐... 할 말 없고.'
"그럼 택시 타고 들어오세요, 만 오천 원정도 나올 겁니다."
만 오천 원이란 말에 흠칫 놀란 말투다.
"만 오천 원이 나요...?!"
통화를 듣던 남편, 청소 도구를 내려놓으며 공항에 데리러 간다고
전하란다.
'치이~ 청소하기 싫으니까 도망갈 핑계를 덥석 무는구먼.'
순간 짜증이 확 올라왔지만 일단 릴랙스 릴랙스...
"남자 사장님 데리러 갑니다, 기다리세요."
"... 네, 감사합니다."
어휴~!
입실하기도 전에 이 정도면
별나도 아주 아주~쭈~~~! 별나겠어.
1 시간 즈음 뒤,
남편의 승합차가 언덕 위를 올라오고 있다.
'아 벌써 머리야! 이번은 또 얼마나 진상을 부리려나...?
차는 정원으로 들어오고 드디어 정차를 하였다.
뒷문이 열리고 안에서 사람이 내리려는데,
나는 어느새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들을 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그녀들이 내린다!
그리고 나는 바로 뇌가 정지된 느낌!

나의 앞선 모든 생각들이 미안해질 만큼 충격을 받았다.
마치 70년대,
막 서울에 상경한 시골 아가씨 같은 행색,
허름한 옷과 낡은 크록스. 그리고 색 바랜 캐리어.
낯선 곳에서의 긴장인지, 여행에 대한 긴장인지,
나와의 시선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모습.
생각지 못한 그녀들의 모습에
나는 인사도 건네지 못하고 멍하니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 세월호와 생각나서 그럴까...?
왠지 더 짠하고 맘이 아프다.
그녀들은 바로 중문으로 간단다.
숙소 근처에는 대중교통이 노선이 없으니 평화로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주었다.
그리고 도착 전 미리 전화하면 데리러 가겠다고까지 한 남편.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밤이 되었다.
곧 막차도 끊길 시간인데 그녀들에게서는 전화가 오지 않는다.
자식 키우는 입장에 슬슬 걱정이 되고,
안 되겠다 싶어 그녀들에게 전화를 했다.
"... 지금 무수천이고 조금 있다 내리면 된대요."
"?!"
'무수천이면 이미 윗동네를 지나쳐 가버린 건데!'
"거기서 빨리 내려요! 데리러 갈 테니."
"다음 정거장이라고 안내 방송이 나와요"
'뭐지...??'
잠시 후 남편은 버스 정류장에서 그녀들을 픽업해 왔다.
" 무수천이면 지나쳐 간 건데 어떻게 된 거예요?"
" 우도 갔다가 왔어요"
" 우도요? 아니 중문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 네, 중문 갔다가 우도 갔어요."
" 예엣?"
아무리 한라산에서 공을 차면 바다라지만 중문과 우도는 제주 끝과 끝인데.
"힘들지 않았어요?"
"... 아니 괜찮았어요."
그리고 편의점 마크가 찍혀 있는 비닐봉지를 들고 객실로 들어가는 그녀들.
그녀들의 손에 들린 하얀 봉지에 투영돼서 보이는 삼각김밥과 우유,
그리고 소량의 과자.
왜 이리 맘이 아프지...?
다음 날 아침,
애월 해안도로까지 태워주고
저녁에 도착하면 전화하라고 했다.
그날 밤, 또다시 편의점 봉지를 들고 돌아온 그들.
이번엔 조금 풀린 얼굴로 수줍게 다가와
“픽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며 봉지를 내밀었다.
안에는 작게 잘라 포장한 수박이 들어 있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라서였을까...
그 수박은 더 정성 들여,
더 맛있게 먹어야 할 것 같았다.
그들은 다음 날 아침 퇴실했다.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주며 물었다.
“몇 시 비행기예요?”
“막 비행기로 가요.”
2박 3일,
첫 비행기로 와서 막 비행기로 떠나는 여행.
그녀들에게는 언제든 올 수 있는 여행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며칠 뒤 그녀들과 비슷한 또래의 여대생 두 명이 입실하였다.
차 렌트해서 신나게 여행하는 모습에
더욱 그녀들이 떠올랐던 기억이...
어디선가 잘 살고 계시죠?
이름, 나이, 사는 곳 그 어떤 것도 모르지만...
마음 한편에 남아 문득 떠오릅니다.
훗날에도 제주 여행이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하길 바라요.
* ...에고 쓰면서 왜 눈물이 나지?
분명 잘 살고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