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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 앞 30날」27

27. 04 / 2020년 4월의 인연들, 4월의 조각들

by 구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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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월의 인연들


4월. 날씨가 무척이나 따스했던 4월.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었어도, 삶이 크게 위축되지는 않았던 때였다. 3주 동안 이후북스(책방)에서 진행하는 ‘주간글쓰기’에 참여했다. 매일 2시부터 6시까지 책방 한 켠에 있는 테이블에서 각자 앉아서 글을 썼다. 여럿이서. 그때, 좋아하는 작가인 강민선 작가님과 자주 봤다. 궁금하고 뵙고 싶었던 황유미 작가님도 그때 처음 만났다. 든든한 동료인 티끌님도 주간글쓰기에 참여하면서 우리 넷이서 같이 밥을 먹기도 했다. 함께 밥을 먹고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던 그런 4월이었다.


6월부터는 함께 브이로그를 올리는 유튜브 채널 [월요일의 장르]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자주는 못 봐도 각자 한 달에 한 편씩 올리면서, 서로의 안부를 챙기고 든든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는 사이가 되었다. 4월이라는 날씨만큼이나 따스한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그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4월에 또 새롭게 알게된 인연들이 있다. 4월 11일 토요일 오전 10시, [나만의 컨셉으로 독립 매거진 만들기] 수업의 첫날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을지로에 위치한 페이보릿으로 갔던 기억이 난다. 강렬했던 건 두 번째 수업을 하던 18일. 오전 수업이 끝나고 같이 점심을 먹으러 중국집으로 갔다. 낮이었지만 쏘맥을 마시며 친분을 다지기 시작했다. 술을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김남우 편집장님, 술을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데 남우 편집장님과는 또다르게 조금 진지한 스타일인 김정현 편집장님의 케미를 지켜보면서. 수업을 함께 듣는 동기들과도 서서히 알아가던 시간이었다. 나는 아무래도, 같이 매거진을 만들기로 한 혜승씨와 수업을 함께 듣다보니 상대적으로 낯을 조금은 덜 가렸던 것 같다. 아마 혼자 들었더라면... 어색함이 계속 이어졌을 수도 있으려나.


매거진 수업은 참 열심히 들었다. 그런데 왜 뒷풀이가 더 기억이 나는 것일까. 그리고 뒷풀이에서 함께한 사람들이 더 기억나고 소중하다.


얼마전 친구와 팟캐스트 <아랫집윗집 여자, 리뷰합니다>에서 소소하게 연말 결산을 했다. 그때 ‘올해에 가장 잘한 일’에 대해서도 서로 대답을 했는데, 그때 내 대답은 “매거진 수업을 들은 것”이었다. 수업을 듣지 않았더라면, 그 인연들을 만날 수 없었을 거라고. 그런 선택 하나하나가 인생을 바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간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신청하지 않았더라면 월요일의 장르 멤버들과 친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매거진 수업을 신청하지 않았더라면? 마찬가지였겠지.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신청하고 나아갔기에 또다른 사람들과 기회들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특히나 4월을 돌아보니 그런 순간들이 더 많았다.


12월이 되어 돌아보니, 새롭게 도전하고 누군가를 알게 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있단 걸 깨닫고 있다. 그 기회 그리고 사람들이 너무 좋다면 놓치지 말고 계속 인연을 이어가는 것. 내 곁에 있는 인연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으로 돌아보며 12월을 보내봐야겠다.



2. 4월의 조각들


바쁘고, 걱정이 많고, 그런데 외롭기도 하고, 잘 해내고 싶었던 4월. 그때의 메모들을 보니 새롭다.


1) 2020년 4월 1일 오후 10:57 (창원에서 쓴 글)


4월이 바쁠 것 같다. 그래서 걱정이다. 다 잘 해낼 수 있을지. 회사를 다니지 않는데 정말이지 매우 바쁘구나. 언제 쉬지? 이런 생각은 2주 전부터 심하게 들기 시작했다. 내 스케쥴을 정하는 건 나. 여유를 가져가며 살고 싶구나. 지금의 이 ‘바쁨’만큼 돈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나를 위해서. 정신은 제대로 차리고 방향을 생각하며 나아가자.


내일은 다시 서울로 간다. 좁은 원룸으로. 그 원룸에도 감사하자. 서울에 내 공간 하나 있는 거잖아? 깨끗하게 잘 쓰면서 내 생활도 정갈하게 내가 하는 일도 깔끔하게 잘 해내자. 2020년 4월 1일의 다짐. 끝. 잘자.


2) 2020년 4월 7일 오전 12:08

11시 마감인 글. 마음이 빠듯했다. 그 와중에 맥주는 마시고 싶어졌다. 바깥 공기도 마시고 싶고. (집에 들어온 지 4시간밖에 안 됐는데도) 대충 입고는 밖으로 나갔다. 바람이 많이 불어 좀 쌀쌀하긴 한데 그래도 좋았다. 밤산책, 노래가 절로 떠올랐다. 오 그대~ 나와 밤산책을 떠나요~


맥주랑 이것저것 사서 집으로 걸어오는 길. 나는 지금 분명히 바쁘고, 심심하지 않은데... 외롭구나. 분명히. 외로워. 바쁜 것과 외로운 것은 다르다. 아무리 바빠도 외로운 건 외로운 거야. 하루의 끝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어서, 라는 걸 깨달았다. 오늘 사람도 만났는데... 하루의 끝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잖아. 아, 그래서 내가 라디오를 들었나 보다. 외로운 밤이다. 근데 해야할 일은 끝이 없네.


3) 2020년 4월 14일 오전 01:40


꽤나 괜찮은 하루였다. 아침, 점심, 저녁 잘 챙겨먹었다. 나를 위한 요리도 했고 자전거도 탔고, 햇살도 받았다. 글도 썼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눴다. 좋아하는 책방도 두 군데 갔던 하루. 집에 오니 거의 9시였는데 또 힘내서 글을 마감해서 냈다. 친구 몇몇과 카톡 좀 하다가 왓챠보다가 일기 쓰고 이제 잔다. 모든 일에 마음을 비우되 할 수 있는 만큼은 잘 해내고 싶다. 일희일비하지 말자.



구보라


보고 듣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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