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미 7월 리추얼 하루를 매듭짓는 <주 3회 저녁 달리기 x 글쓰기> ⑤
7월 20일(화) 달리기
1.
기분이 좋다. 처음으로 10분 연속으로 달렸다. 빨리, 많이 달리는 게 목표가 아니라 10분을 연속으로 달리는 게 목표니까 천천히 달렸다. 오늘은 런데이 어플을 몇 달만에 켜보았다. [30분 달리기 도전] 중에서 후반부쯤 되는 날을 눌렀더니 10분 달리기, 3분 걷기, 10분 달리기 그리고 앞뒤로 준비 걷기 5분씩 있는 코스였다. 앞뒤 5분은 나이키앱으로 기록하는 걸로 하고. 10분/3분/10분을 런데이 켜두고 달렸다.
달리기 시작할 땐, 10분 연속으로 달릴 수 있을까? 싶었다. 오랜만에 듣는 런데이 어플 음악과 런데이 아저씨의 격려 소리.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입니다!”
“잘 하고 있습니다~ 벌써 5분이 지났어요”
런데이 어플을 해두니 시간을 안 보고 달렸다. 어차피 10분이 다 되어갈 때 멘트를 해줄 테니까 하면서 버텼다. 천천히 천천히 달리고 와산교까지 갔다가 턴했다. 그때가 5분이 지날 무렵이었다. 땀이 비오듯이 내렸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정말 비오듯..)
그래도 신기했다. 5분 연속 달렸고, 앞으로 5분 남았는데 계속 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분을 채워 달렸다. 그리고 3분을 걸었다. 헉헉 거리면서 걷는데 몸은 꽤나 힘든데, 상쾌한 기분이었다. 3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다시 달리기. 이번엔 몸의 감각이 달랐다.. 10분을 채우긴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버텨서 5분을 연속으로 달렸다. 달리고 벤치에 잠시 앉았다. 숨을 고르고 다시 일어났다.
집에 10시쯤 들어와서 잠시 누워있다가 나온거라, 오늘의 체력엔 영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해냈다.
2.
나머지 시간은 집까지 걸었다. 걸으면서는 팟캐스트를 들었다. 상민님 인스타를 보다가 처음 알게 되었던 ‘도시팝’ 팟캐스트. 그중에서 오늘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편을 들었다. 지지난번엔가 달리다가 너무 힘들 때,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때 떠오른 노래는 이 영화의 ost인 dirty paws~ 듣기만 해도 마음이 뚫리는 것 같은 그 음악~ 이번 팟캐스트에 출연한 패널들이 말하는 장면을 들으며, ‘맞아맞아’ 공감했다. 안 본 지 거의 2년이 다 된 것 같은데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영화는 꾸준히 계속 다시 보게 된다. 볼 때마다 그 감상이 달라서. 걸으면서 들었던 팟캐스트를 떠올리다가, 글이 길어졌다. (이 글을 쓰면서도 영화 ost를 틀어두었다.)
3.
늦게 나갔더니, 달리고 돌아오니 거의 자정이었다. 늦었으니 인증글은 내일 올려야지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책상에 앉아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 기대어서 친구에게 달리기 했다고 사진을 보냈다. 오늘 함께 카페에 가서, 열심히 각자의 작업을 했던 친구! 잘했다며 박수치는 이모티콘과 함께 이어지는 카톡은 “이제 글쓰기 하는거야?” 앗... 원래는 달리고 들어와서 씻고 숨 고르고 바로 글을 썼는데... 내일 써야겠다고 미루고 있었어, 라고 말하며 이내 책상에 앉았다. 그래, 쓰고 자야지.
앉아서 쓰기 시작한 지 이제 7분째다. 생각보다 10분이라는 시간 동안 글을 많이 쓸 수 있다는 걸, 이번 리추얼을 하며 깨닫는다. 평소에는 자기 전에 이렇게 10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내지 못 해서, 하루하루 인상 깊었던 순간이나 생각들을 기록하지 않는구나.
사실, 하루종일 메모는 엄청 많이 한다. 손으로 쓰는 다이어리보다는 폰 캘린더와 노트북에 엄청... 메모를 하지 않으면 지금 살고 있는 삶이 사라지는 것처럼 기록한다. 그런데 일로서 하는 글쓰기 말고, 이렇게 10분을 앉아서 쭈욱 그날그날을 정리하는 글을 쓰는 건 참 쉽지 않다.
이번 리추얼 덕분에 오늘은 10분 연속 달렸다. (이어서 5분도 연속으로). 글쓰기도 10분 동안.
같은 10분인데 몸의 상태가 참 다르다. 나중엔 이렇게 10분 동안 글을 쓰는 것만큼, 다소 편하게(?) 20분 연속으로 달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나중이 다음주 또는 다다음주가 되길 바라며!)
"그래도 이렇게 해내신 보라님! 그리고, 내일로 미루지 않고 글까지 무사히 쓰신 보라님.. 멋져요!!"
"10분 연속 달리기 정말 축하드려요! 쉽지 않은 첫 난관인데 이 무더운 계절에 멋지게 넘어서셨군요�"
"메모를 하지 않으면 삶이 사라지는 것처럼 기록한다는 문장이 인상깊어요. 그래서 저도 짧은 단어라도 떠오르는게 있다면 순간순간 메모장에 기록하는데 보라님과 비슷한 점을 공유하고 있네요"
고생했어요, 대단해요 등등 힘을 주는 댓글들. 감사합니다 언제나.
이 글을 올리는 7월 26일의 메모
지난주 화요일의 일이다. 지난주엔 화, 목 달렸고 금요일에 1시간 이상 걸었다. 토, 일엔 달리지 못 했다. 월, 화 중 하루를 꼭 뛰어야하는데 오늘의 나는 과연...? 오늘 못 하는 내일의 내가 뛰어야 한다! 마음은 매일 달리고싶은데, 시간이나 체력이 참 쉽지는 않다. 그래도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