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내리지만 걸었다/ 7월 18일 달리기 대신 걷기

밑미 7월 리추얼 하루를 매듭짓는 <주 3회 저녁 달리기 x 글쓰기> ④

by 구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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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위해서 나가려던 참이었다. 이어폰을 챙겨들고 신발을 신으려고 일어서려는 상황, 창문으로 후두두두두둑 소리가 들렸다. 설마? 했는데 맞았다. 비였다. 그냥 비가 아니라 완전 폭우...


고민했다. 달리진 못 하더라도 이왕 나갈 준비한 거, 걷고 올까? 비가 저렇게 많이 오는데? 비가 와도 평소에도 걷잖아, 그치. 그리고 지금 입은 운동복은 비에 젖어도 무방하잖아. 라고 생각하면서 밖으로 나섰다. 긴 우산을 들고서.


비가 근데 정말 생각보다 많이 왔다. 신호를 기다리면서도 이제라도 돌아가야하나~ 생각하다가도 이미 운동화도 푹 젖어버렸으니 그냥 가기로 마음 먹었다. 불광천에 가는 길, 천변 빌라 쪽에 사람들이 곳곳에 서 있었다. 1층 주차장이 있는 그런 공간들에 여럿이 모여 있었다.


불광천 위쪽 데크를 걷는데 사람이 안 보였다. 내려가서 걸을 때도 사람이 안 보였다. 앞뒤로 사람도 없고 마스크도 살짝 내려 걸어봤다. 이렇게 공기를 마시면서 걷는 것도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몇 분 후 비가 갑자기 그쳤다.


우산을 접고, 걸었다. 신기하게 그제서야 사람들이 나타났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달리는 사람들. 다들 어디선가 비를 피하고 있다가 나온 거겠지...? 빗 속을 걸었던 시간은 10분 남짓. 정말 엄청난 소나기였다. 달리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뭔가 더 분주해보였다. 다시 비가 오기 전에 집으로 가려는 마음이 느껴졌달까. (아닐 수도 있지만)


비도 안 오니까 나도 달려볼까 싶기도 했지만. 긴 우산이 손에 있단 걸 핑계로 그냥 계속 걸었다. 요즘 오래 걸었던 적이 없으니 오늘은 최소 30분은 걸어보자는 마음으로. 예전에는 천을 그저 걷기만 했었는데 그땐 짧으면 40분에서 길면 1시간 정도는 걸었던 것 같다. 그정도는 걸어야 운동을 한 기분이었다. 나갈 때 이어폰도 안 챙겨가서 (빗소리에 안 들릴 것 같아서) 그냥 걸었다. 풍경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해가며 걷는데, 그 느낌이 오랜만이라 좋았다.


숨이 차는 달리기에 비해서 걷기는 차분하고 평온했다.


30분 좀 넘게 걷고 들어왔는데, 역시 걷기만 해서는 땀은 거의 나지 않았다. 달리고 오면 요즘은 더워선지 땀이... 주륵주륵 났었다. 그래선지 씻고 나왔을 때 뭔가 피부가 더 좋아진 느낌?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나온 느낌이었다. 역시 운동이란 땀이 나야하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내일은 비가 오지 않으면 달릴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올리고 슬슬 잘 준비를 해야겠다.




이날의 인증글에도 따순 댓글들이 많이 달렸다. 감사한 마음. 인증글을 올리면 이렇게 부둥부둥 해주는 댓글이 있어서 어찌나 반가운지!




이 글을 올리는 7월 23일의 메모


지난주 일인데, 이렇게나 폭우가 내렸다니? 싶다. 이번주는 비가 안 오고 내내 폭염이다. 폭우가 지나가니 폭염이 오네. 하늘은 내내 아름다웠고 구름이 인상적이었다. 다시 또 이렇게 비가 많이 오더라도, 아마도 걸을 것 같다. 걸을 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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