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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며 떠오른 어제 생각 / 7월 31일 달리기

밑미 7월 리추얼 하루를 매듭짓는 <주 3회 저녁 달리기 x 글쓰기> ⑩

by 구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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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1일 토요일 달리기


10분 걷고, 15분 달리고 13분 걸었다. 거리는 총 3.97km


20분을 달려볼까 했으나, 그 5분을 더 달리기가 참 힘들었다. 5분 정도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고 다시 일어났다. 5분만 따로 달려보려다가 걸었다. 오늘은 15분 달리고, 나머지 시간은 걷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어폰을 찾아서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달렸다.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라는 팟캐스트인데 예~전 방송을 들었다. 프리랜서는 어떻게 도토리를 모으는가?. 수입이 들쑥날쑥, 불안정한 프리랜서로서의 삶에 대해 청취자들의 사연들. 진행자 두 사람의 이야기.


달리면서,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머리에 맴도는 건 어제의 순간. 어제, 만들고 있는 매거진 관련해서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했었는데 그때에 내가 프리랜서라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같이 만드는 친구는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근데 바로 올라오는 댓글이 ‘혹시 수입이 어떻게 되시나요? ‘수입이 불안정하지 않으신가요?’였다. 어젠 그냥 네 저는 책방에서도 일하지만 풀타임은 아니기에, 다른 외주일도 하며 그 수입으로 지내고 있다고, 지금은 이렇게 어딘가에 속하지 않은 채 일을 해보는 걸, 새롭게 계속 시도해보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을 하기는 했는데...


다시 떠올려보면, 나랑 일면식도 없고, 인스타그램에서조차 알고 지낸 적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내게 수입에 대해서 물을 수가 있지..? 이건 마치 예를 들어... 극소수의 대기업이 아닌 곳에 다니는 사람에게 ‘연봉이 혹시 얼마인가요?’. ‘대기업보다 적을 것 같은데 미래가 불안하진 않으신가요?’ 이런 거나 다름없지 않나 싶었다. 아니면 책방에 온 손님 중에 “여기 월세가 얼마에요?”, “책은 좀 팔려요?”, “책방해서 먹고 살 수 있어요?” 이런 거 묻는 사람들 같기도 하고... 내가 먼저 ‘네 저는 수입이 비고정적이라 불안해요’라면서 고민을 털어두고 조언을 청하던 상황도 아니고, 내가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중이었는데, 휴.


그냥, 누군지도 모르는 듣보잡인 사람이 어딘가 고정되어 있지 않은 채, 프리랜서로 매거진 만들고 이것저것 한다고 하니... 자신이 살고 있지 않은 삶에 대해 신기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긴 해야겠지. 신기하다고 해서 섣불리 질문할 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닌데. 언젠간 이에 대해서도 좀더 글을 써보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된다.


안그래도 지금 벌여놓은 일들, 출판사와 마무리지어야 하는 걸 하고 나면 나의 커리어를 위해 다시 뭔가 좀더 배우고, 회사를 들어갈까 고민도 하는 시기. 나의 불안함을 건드려서, 무례하다는 생각과 함께 찜찜함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나보다. 20대 중반부터 5년 동안 월급 받으면서 지냈었기에 그 안정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회사 다니는 게 잘 맞는 편이었다. 회사 다닐 때도 좋아하는 일이긴 했기에.. 앞으로도 어느정도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려면 수술 이후 떨어진 체력도 잘 올려두자. 조급해하지 말자. 해야할 일 차근차근 하고, 운동하기. 일단 그걸 잘 해내고 싶다.


15분 동안 달리기 하며 들었던 생각의 타래를 적고 또 적다보니... 이렇게나 길어져버렸다.



인증글에 달린 댓글 중에서


-타인에 대해 무례한지 아닌지조차 자각하지도 못한채로 퍼붓는 질문들이 참 많죠.� 7월 한달도 고생하셨고 담달도 차근차근 해내가요!


-신기하다고 해서 섣불리 질문할 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닌데’ 이 문장에서 머리를 댕 하고 받쳤어요. 에휴. 저는 보라님을 알 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글을 읽으며 타인의 말보다 스스로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살피시는 분이라 느꼈어요. 그렇게 한 발 한 발 찬찬히 보라님만의 페이스에 맞춰 이루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조심스레 생각도 건네보아요 �


-저도 많은 생각을 들게 하네요. 달리기가 조금이나마 떨칠수 있는 계기였기를�



이 글을 올리는 8월 6일의 메모

달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도 괜찮아졌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초반엔 달릴 때 생각 자체를 하지 못 했다.

체력도 나아질 것이고, 나의 커리어, 수입도 더더 나아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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