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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Dec 10. 2021

봄은 또 온다

영화 <봄날은 간다>를 생각하며 

사랑이 가득한 시간, 봄날. 그 사랑도 변할까. 영화 <봄날은 간다>(허진호, 2001)에서 두 주인공이 아직 서로의 마음을 잘 모르던 때, 여자 주인공인 은수는 남자 주인공인 상우에게 불쑥 “라면 먹고 갈래요?”라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꺼낸다. 연애를 하면서, 상우는 은수랑 계속 같이 있고 싶어진다. 결혼하고 싶다. 한 번 결혼을 했던 은수는 그러고 싶지 않은 눈치를 내비친다. 이후로 은수의 태도는 조금씩 달라지고, 상우는 은수의 그런 모습이 서운하고, 마뜩치 않다.

      

어느 날, 함께 외출하고 난 뒤 평소라면 같이 집에 들어갔을 상우는, 은수에게 다른 볼일이 있어서 들렀다 가겠다고 말한다. 은수는 당신이 무슨 다른 약속이 있냐면서, 빨리 들어오라며, 이 말을 덧붙인다. “라면이나 끓여주든가” 그러자 욱한 상우는 “은수 씨! 내가 라면으로 보여? 말 조심해!”라며 씩씩거린 채 차를 몰고 간다.      


라면을 먹고 가지 않겠냐는 권유로 시작된 사랑. 사랑이 가득하던 시기에 상우는 기꺼이 은수에게 라면을 끓여주고, 북엇국을 끓여준다. 끓어오르는 라면처럼 끓어오르던 사랑. 그런데 “라면이나 끓여주라”는 그 말은 마치 끓는 물에 부어진 찬 물이 되어, 상황이 확 식어버렸다.      


은수는 상우에게 헤어지자고 말한다. 그 말에 상우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답한다. 사랑… 애초에 사랑이 아니었던 걸까. 그래서 변할 수 있는 걸까? 사랑이었지만 조금은 다른 사랑이었을까.  

    

봄날은 간다. 가버렸다. 그러나 ‘봄날은 간다’는 말이 사랑하는 사이의 사랑이 사라진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그렇게 또 계속 되는 사랑도 있다.      


봄날이 가고, 여름이 오고,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면, 또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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