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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Jul 03. 2018

회사와 퇴사

2018년 3월 22일 (이후북스 독립출판물글쓰기 워크샵 1차 과제) 


회사와 퇴사       

지난주 토요일 책방 이후북스에서 월간퇴사2호를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구입했다. 사야지 해놓고는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다가 발견하니 너무 반가웠던 것 같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폰도 꺼져서 구입한 책을 꺼내들었다.      

퇴사를 세 번 경험한 박지혜(가명)씨의 이야기 ‘퇴사딥톡-회사인간에서 퇴사인간으로’는 마치 내 이야기 같았다. 그는 인턴을 제외하고 회사를 총 3군데 다녔다. 1기는 진보적 언론매체의 취재기자로 2기는 언론사의 디지털뉴스팀으로 3기는 스타트업(에디터)로. 나는 아직 여기에 대입하면 1기 정도지만, 이직을 생각해볼 때면 디지털뉴스나 에디터를 고려해보곤 했기 때문에 더 공감하며 읽었다.      

1기 회사에서 박지혜씨는 매일 야근에 시달렸다. 자신의 삶이 없이 소진되어갔다. “불행했지만 불행한 줄 몰랐다”는 문장은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 퇴근이 밤 10시 또는 자정이 넘어가기까지 했다니. 심지어 새로운 상사까지 그를 힘들게 했다. 2년을 넘게 버티다가 결국 그는 퇴사한다. 만성적인 야근이 허용되는 수많은 관행과 묵인, 수직적인 상사까지, 나도 그렇다.      

2016년 1월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기사라는 글을 매일 썼다. 하지만 TV프로그램을 보고 의미를 짚어내는 리뷰나, 다른 기자들과는 다르게 나만이 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인터뷰들을 많이 썼다. 기자를 꿈꾼 적은 없었지만 TV보기를 좋아하고 비평글쓰기를 좋아하는 내게 딱이었다, PD를 꿈꿨기에 PD들과의 인터뷰도 좋았다. 인터뷰 이후엔 인터뷰 대상자로부터의 연락을 받을 때도 보람있었다.      

이는 글을 쓰기 전 적절하게 필요한 조언과 쓰고난 뒤엔 다정하면서도 엄격한 피드백을 주는 선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단 아이디어를 내면 편집국장인 선배와 동기도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했고, 그 아이디어가 더 발전되도록 도와줬다. 닮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고, 자기 시간을 중시하는 사람들이었기에 내 삶도 확보됐다. 적은 월급임에도 만족하며 다닌 이유다. 2017년 8월까지 3명의 편집국장을 경험했고, 그 전까지는 이랬다. 하지만 사람들이 나갈 수밖에 없는 답답한 구조를 지닌 회사여서 선배들은 다 떠났다. 같이 입사했던 친한 동기도 결국 지난해 10월 퇴사했다. 번아웃된채로.      

지난해 10월 말부터는 새로운 편집국장과 새로 사람들과 일을 한다. 국장은 이전 사람들과는 180도 다르다. 회사에서 원하는 글쓰기가 안 되어서, 회사에서 화가 많이 쌓여서 집에 돌아와서는 감정을 적어댔다. 분을 풀기 위한 글쓰기. ‘회사’를 주제로 며칠 전에도 한 번 써봤는데, 역시 쉽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써볼수록 조금 더 회사에서의 나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등 더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매일 뷔페는 아니지만 끼니 놓치지 않고 챙겨먹고 소중한 사람과 지인들의 연락에 제때 답하고 가끔 만나기도 하고 적어도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운동하고, 이렇게 사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많은 걸 바라는 걸까. 아님 내가 그냥 무능력한걸까’ (2014.11.24.) - <월간퇴사2호> 중     


‘매일 뷔페는 아니지만 끼니 놓치지 않고 챙겨먹고 소중한 사람과 지인들의 연락에 제때 답하고 가끔 만나기도 하고 적어도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운동하고, 이렇게 사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많은 걸 바라는 걸까. 아님 내가 그냥 무능력한걸까’ (2014.11.24.) - <월간퇴사2호> 중     


박지혜씨가 1기 회사를 다니던 시기 SNS에 올렸던 글이다. 나는 1년 9개월 동안 저렇게 살았었는데, 이제는 끼니를 놓치고, 친구를 못 만나고, 집에 내려가고 싶어도 휴가도 내기 힘들고, 일주일에 두 번 운동하는 건 사치인 그런 삶을 보내고 있다. 제대로, 나를 지키내며, 하루빨리, 잘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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