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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Apr 02. 2022

건강 검진받은 날

컨베이어벨트에 있는 느낌이었다. 착, 착, 착, 착~ 

2022년 4월 2일 #건강검진     


지난주 금요일, 친구의 연락을 받고, 건강 검진을 예약했다. 친구 찬스!     


친구 덕분에, 기본 건강 검진에 무언가 많이 더해지는 건강 검진권을 사용하게 됐다. 가격이 많이 고가인 건강 검진권.. 여차저차한 이유로 고맙다면서 선물 받았는데, 내가 도움을 주는 것에 비해 이렇게 받아도되나 하면서도 받았다. 검진권 소진해야 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어서 4월 초에는 예약을 잡아야 한다고 해서, 평일이 아닌 4월 2일 오늘로 예약을 해두었다. (건강 검진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쓰는데 이렇게 한 문단이나 쓰다니! 역시, 글은 쓰다보면 계속 나온다.)     


4월 2일 오전 8시. 서초. 1일에는 재택 근무하고 저녁에는 가가 근무하는 일정이라서 2일 아침 8시까지 갈 수 있을까? 부터가 굉장한 걱정이었다. 어제 10시 반쯤 퇴근했고, 집에 가는데 다행히도 덜 피곤했다. 좋아하는 해리 작가님을 만나선지, 기운이 좀 났다.      


1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마치고 7시에 불광천을 보며 증산역으로 향했다. 토요일 아침에 이 시간에 일어나는 일도 거의 없었을뿐더러 심지어 지하철을 타고 한강 아래로 가고 있다니, 그 느낌이 새로워서 스토리도 올렸다. 8시에 서초역 도착.      


서초역, 너무 낯설고 낯설었다. 서울 산 지 14년째인데. 낯선 동네, 낯선 시간. 낯선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기 시작했는데, 어쩜 다들 친절하고... 공간은 무척이나 쾌적했다.      


건강 검진 자체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아, 자궁 근종은 20대 중반부터 있는 걸 알고 있어서 추적 중이기도 했고 지난해 초에 통증이 심해서 수술한 케이스) 회사 다니던 시절, 필수로 해야하는 검진 결과 제출하려고 연신내 청구성심병원을 갔던 기억이 나는데, 정말 시장 같았기 때문에.. 그때가 연말이었나... 사람이 몰리는 시기이기도 했다.      


여튼 그 이후로는 건강 검진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고 + 이렇게 건강 검진 받은 건 처음이었다.   

   

팔찌를 번호마다 가서 태그하면 직원이 나와서 ‘구보라님~~’ 불렀다. 그럼 굉장히 빠른 속도로 샥샥 검사가 끝났다. 하라는 대로 앉고, 듣고 등등..! 그 과정에서 어떠한 기다림 없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었다. (번호와 번호 사이, 내가 걷지 않고 조금만 더 빠르게 뛰어다녔다면ㅋㅋ 훨씬 더 일찍 끝났을 것 같다.)      


컨베이어벨트에 있는 느낌이었다. 착, 착, 착, 착.      



대부분은 간단한 검사들이었는데, 초음파랑 촬영하는 데에서 아무래도 좀... 피로도가 쌓이긴 했다. 남자들은 뭔지 모르겠지만 자궁경부암 검사랑 유방 촬영. 유방 촬영은 정말.. 지난해에 순천향에서 했을 때보다 더 아팠다. 오늘 검사해주신 선생님은 친절했고 프로페셔널했고, 아프기는 아팠다.    

  

하다보니 거의 10시... 남은 건 위 내시경 하나. 처음으로 하는 거였다. 돌아 눕고 약이 들어가고 눈 뜨니 회복실.      


“선생님, 검사 잘 됐나요?”

“네, 잘 됐어요. 근데 약간 위염이 있어요.”

“네?????” (엄청 놀라함)

(대수롭지 않은 표정) “이 정도 위염은 다 있어요, 괜찮아요.”

“그래도 위염이.. 아... 그렇군요... 혹시 제가 검사할 땐 괜찮았나요”

“몸부림을 많이 치셔서 저희가 잡고 진행했어요”     

헉...      

“혹시 회복실에 와서 헛소리는 안 했나요?”

“네 ㅎㅎㅎ”       


다행이다.. 생각하며 밖으로 나왔고, 물을 마셨다. 얼마만에 마시는 물인지! 어제 7시 이후로 안 마셨으니 16시간만이었다. 탈의실에 가서는 옷을 갈아입고, 다시 안내데스크에서 안내 한 번 더 받고, 카페테리아에서 죽을 받고 나왔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뭔가 해야할 걸 잘 해낸 이 느낌. 좋았다 무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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