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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Jul 03. 2018

점점 나아질 2018년을 기대하며

2018년 4월 13일 금 (이후북스 독립출판물글쓰기 3차 과제)

힘들었던 1월과 2월이 지나자 3월은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마음이 따스하게 꽉 찼던 3월이었다. 이 모든 건 운동센터, 글쓰기 워크숍, 책방, 책, 친구들, 부모님, 라디오 덕분이다. 수상소감 같은 멘트지만, 정말 그렇다. 지난해 9월부터 회사생활이 힘들었다. 1월 초엔 3년 가까이 만나던 남자친구와도 헤어지니 내 마음은 엄청난 내리막이었다.       

2월부터 내 상태는 조금씩 나아졌다. 2월 2일에 처음 방문한 운동센터 영향이 컸다. 그즈음의 나는 추위만큼이나 몸도 마음도 엄청나게 얼어 있었다. 그곳에 온 수강생들과 운동 처방사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며 1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나니 기분이 굉장히 상쾌했다. 내 건강을 더 챙겨야겠다 싶어졌고, 앞으로 좀 더 잘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2월 말에는 ‘서점리스본’에서 열린 <우리는 나란히 앉아 각자의 책을 읽었다> 북토크를 다녀왔다. 그 시간 이후 책읽기에 재미를 들이기 시작했다. 편집자와 북카페 사장이라는 그들의 이력이 흥미로워서 북토크를 신청했었다. 책 내용은 작가들이 6개월 동안 매일매일 쓴 서평을 모아둔 내용이었는데, 책과 늘 함께하는 그들의 이야기와 책 추천까지 듣고나니, 내 허전한 마음을 ‘책’으로 채울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3월은 친구, 글쓰기, 책 덕분에 행복했다. 3월 초, 친구와 가고 싶던 책방을 함께 다녔다. 집근처에 있는 책방비엥부터 좋아하는 땡스북스를 굉장히 오랜만에 찾았고, 궁금하던 책바도 방문했다. 친구에 책, 책방까지 함께하니 어찌나 좋던지. 

10일부터 이후북스에서 ‘독립출판물글쓰기’ 워크숍에 참여했다.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글쓰기를 해나가다보니 상태가 더 나아졌다. ‘회사와 퇴사’란 글을 쓰고 응원과 공감을 받는 경험은 정말 좋았다. ‘위로가 됐다’는 단어로는 표현하기 힘들다.      

심지어 라디오에서도 내 이야기에 공감을 해줬다. 내 사연이 읽힌 건 처음이었다. 21일, 그 날 아마 너무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 같다. 늦게 퇴근하고 집에 가서 겨우 씻고 자기 전, 밤 12시가 넘은 시각, 라디오에 회사생활 힘들다며 문자를 보냈다. 그날은 소개되지 않았는데 며칠 뒤 DJ와 게스트인 서효인 시인이 내 사연을 읽어줬다.      

DJ와 게스트는 내 사연에 맞춰 장난스러우면서도 귀엽고 고마운 맞장구를 쳐줬다. 그리고 진지하고도 따스한 말들도 이어졌다. 서효인 시인은 ‘살은 굳었고 나는 상스럽다‘라는 제목의 시까지 읽었다. 그리고 덧붙인 한 마디.     

“직장생활의 괴로움은 연인과의 싸움이나 집안 이야기보다도 말하기가 쉽지 않다. 굳은살처럼 상스럽기 때문이다. 모욕을 받으면서도 밥벌이 때문에 다니지 않나. 하지만 모두 겪고 있고, 공감한다. 피하든 견디든 언제든지 푸른밤은 응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뭉클했다. 다시 들어도 되게 큰 힘이 난다.      

물론 그 이후로도 회사에선 마음이 무너져내리게 만드는 말을 듣거나 답답한 상황은 이어진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그자체에 내 시간을 많이 빼앗기지 않으려 노력한다. 3, 4월 글쓰기를 통해 내 상황과 내 마음을 다시금 알 수 있었고, 글에 공감을 보내는 사람들을 통해 힘을 얻었다. 외로워하거나 스트레스 받을 시간에 좋아하는 일들을 조금이라도 더 해보려고 한다. 친구들의 조언과 좋아하는 선배의 “보라씨는 잘 하고 있어요”라는 다정한 말, 나를 지지해주는 엄마 아빠의 사랑을 생각해야지. 4월 13일까지도 난 잘 버티고 있다. 앞으로도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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