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3. 그날의 일기 그리고 회사에 대한 생각 (1)
2018.01.23.
금요일에 교보문고를 들렀다. 프레스센터에서 취재를 끝내고 1층 스타벅스를 들어갔더니 사람이 꽉 차있었다. 근처 커피빈으로 향했다. 보통 커피빈은 콘센트도 없고 와이파이도 안 되는데, 그 지점은 둘 다 가능했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 여튼 커피빈에 도착해 앉았던 시간이 4시 50분 정도였는데, 여차저차 기사를 올린 시간은 8시. 약속도 없는 금요일이었다. 저녁도 안 먹었고, 지쳐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마음이 허전해서 교보문고를 향했다. 그냥 집에 가긴 아쉬웠다.
<백래시>를 구입했다. 금요일 선배가 보내준 <백래시> 저자 인터뷰 기사가 마음을 끌었다. 사실 <백래시>는 가격이 38,000원에다 엄청나게 두꺼워서 구입하는 게 조금 망설였다. 하지만 이거야말로 소장각이라는 생각으로 구입했다.
지금 머리맡에 두고 읽는 책은 벨 훅스 <올 어바웃 러브>. 2년 전 쯤 사두고 기획취재일에 스터디카페에서 읽던 책이다. 그 날 집중해서 오래 읽었지만 다 읽지는 못 했고, 그 이후로는 책에 손이 가지 않아 다 읽지 못 한 책.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끝내지 않은 책이다. 그러다 14일, 집에 놀러온 친구에게 책 이야기 하면서 책장에서 벨 훅스의 책을 두 권 꺼냈었다. <올 어바웃 러브>랑 <사랑은 사치일까?>.
페미니스트인 벨 훅스가 이야기하는 사랑 이야기. 정말 좋다. 구구절절 공감이 가서 줄을 긋고 또 긋는다. 페미니즘과 사랑. 마치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면 사랑을 이야기하는 게 어색하다거나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분위기에 대해 일침을 놓는 것도 좋다.
꼭 남자가 여자로부터, 여자가 남자로부터. 그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사람이 사람으로부터 사랑 받길 원하고 사랑을 주는 건 정말 소중한 일 아닌가. 줄 그은 지점들을 브런치에다가 옮겨봐야겠다.
좋은 책을 읽다보니 글을 쓰고 싶어졌다. 제대로 된 서평이든, 쪽글이든. 이제껏 생각은 노트에 직접 손으로 쓰거나 폰으로 메모해두곤 했다. 아니면 친구들에게 말하거나. 그렇게 글은 나 혼자 보는 용도로, 짧게, 또는 증발됐다.
김중혁의 신간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읽으면서도 쓰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사실 다 읽진 못 하고 이제 2/3 정도) 아껴두고 있다. 킥킥 거리면서 읽고 있다. 그 책을 읽을 때도 그래 무엇이든 쓰자, 싶었다. 친구랑도 '우리도 기록을 하자', '일 말고 글을 기록해야해'라며 블로그나 브런치를 해야한다고 공감하곤 했다.
그런데 현실에서의 나는 언제나 그냥... 수동적인 자세로 페이스북을 눈팅하기만 했다. 페이스북은 이제 글을 쓰기에는 너무 조심스러워졌다. 물론 많아진 페이스북 친구들이 보기 위한, 나를 돋보이기 위한 글들을 써낼 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고. 중독된 내 모습이 싫어서 비활성화를 했다가도, 또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는 좋아하는 작가, 사람들의 글을 보고 싶어서 다시 들어가고 반복 중이다.
은유 작가, 김민섭 작가 등의 글을 좋아하는 편인 것 같다. 이렇게 쓰고보니 많지도 않네. 인스타그램도 흥미를 조금 잃었다. 일상이 재미있거나 공유하고 싶을 땐 올렸지만 지금은 조금 잘 모르겠다. 그런 시기다.
벨 훅스 책 말고 또 보고 있는 건 <아픈 몸을 살다>. 존경하면서도 좋아하는 선배가 지난해 선물해주신 책이다. 내게도 그런 선배가 있다는 건 참 감사하다. 그런데 그런 좋은 선배와 함께 일을 하다가, 이제 하지 못 한다는 건 참으로 통탄할 만큼 안타까운 일이다. 너무 좋은 선배를 만났던 경험은 그 이후의 경험들, 힘든 상황들을 더 힘들게 만들기도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