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3. 그날의 일기, 회사에 대한 생각 (2) 그리고 이별
2017년 8월부터 마음이 힘들었다.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었다. 편집국장의 퇴사 소식을 접했음에도, 회사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역시나 퇴사 직전까지도 어떠한 대책을 알려주지 않았다.
나와 동기 기자 그리고 후배 기자가 남았다. 9월초. 편집국장을 데려오기 위한 대책을 벌이지 않으면 우리(나와 동기)는 기사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노동조합도 없던 우리는 그 제안을 거부당했다. 기자들이 기사를 써야지, 그게 무슨 소리냐고. 힘이 없는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속에서도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입사 1년 9개월 차에 직접 데스킹을 했다. 알려주는 선배 1도 없는 상황에서. 묻고 또 묻자 편집국장 공고가 나갔다.
그냥 무참히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누구하나 우리를 진심으로 신경 써주는 사람은 없었고, 시스템조차도 부재했다. 그러는 상황에서 1달이 채 되기 전, 동기가 퇴사하겠다는 결심을 알려왔다. 누구보다 내게 먼저 알려야할 것 같아서 말한다던 그 날. 추석 전전날이었다. 동기가 퇴사하는 게 당연히 이해가 되지만,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 싶으니 혼란스러운 머리로 집으로 내려갔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난감했다.
같은 날 동기와 나를 그 상황에서 더더욱 힘들게 만들던 후배 기자가, 자신도 그만두겠다고 했다. 2명이 한꺼번에 나가는 상황이었다. 기자가 3명인데 2명이 나가는 상황. 회사에서 힘들었던 걸 생각하면 나도 그 순간 '저도 나갈게요'라고 하고 싶었다. 진심으로. 그런데, 당장 그렇게 정할 수는 없었다. 일단 버텼다.
10월 중순이 넘어 신임 편집국장이 왔다. 새로운 사람 뽑는 절차가 진행됐다. 그 사이 동기는 퇴사일이 되어 나갔고 동기의 업무 중 일부를 내가 맡았다. 놀랍지만 처음에는 그 모든 업무를 내가 다 맡은 걸로 되어있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려면 2주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 때만 좀 맡아달라는 이야기였다. 그러고 싶지 않아서 반만 맡았고 그 반은 새로운 사람들이 오더라도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과 맞춰나가는 것도 정말 쉽지 않다. 그 사람들이 나쁘다기보단 스타일이 다르니까. 나 혼자서 회사의 2년 사이 일어났던 일을 기억하고 있고, 누군가 물어보면 알려주는 역할이니까.
기존의 것은 유지된 게 없었다. 기존의 쉬는 패턴도 다 어그러졌고 야근은 수시로 이어졌다. 그 힘듦을 남자친구에게 토로하고 또 토로했다. 남자친구는 들어주고 또 들어줬다. 마지막 졸업하기가 바빴을텐데, 나는 그 친구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도 않았던 것 같다. 나만 바쁘고 나만 힘들었다. 나는 의지를 했는데 내가 의지가 되어주진 못 했을 거다. 이 문장을 쓰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였을까. 이제는 내 곁에 없다. 나에겐 갑자기였겠지만 그 친구는 갑자기가 아니었을 거다. 저번주 수요일에 그 이야기를 들었다.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목, 금, 토 계속 약속이 있어 좋아하는 친구들, 언니들 만나며 마음을 진정시켜보려 했다. 일요일, 써야할 글이 있어 쓰고 버텼다. 평일이 다가오고 월,화,수,목,금. 다시 토요일. 나는 분명히 해야할 일이 있는데 의욕이 없었다. 해야할 일이 있다는 이유로 약속도 잡지 않았다.
어제 전남친에게 전화를 걸었다. 답답한 마음에, 그래도 어떤 일들 때문이었는지 이야기해주면 안되냐 "그럴 필요 없어. 되돌릴 수도 없는데"였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네 할 일 해"라는 담담한 말.
어찌해야할 지 알 수 없는 나날들이다. 답답하니까 심장이 엄청나게 빠르게 뛴다. 자다가 새벽 4시나 5시에 깨곤 한다.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던 직장은 그대로이고, 내가 의지했던 사람은 떠나버렸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무엇보다 내게는 가장 친한 친구였다. 거의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최근 몇 달 사이 내게서 마음이 멀어져갔을지라도. 그 이전에 서로 좋아했던 감정들까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그 때 그 감정들과 좋았던 순간들은 그대로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3년이 그냥 통째로 날아가는 기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