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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Apr 13. 2020

간소하지만 건강하게, 서른의 식사법

박민정 『서른의 식사법』

 

 자취생활 10년 차.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나만의 집밥을 제대로 해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건강한 식사에 관심도 많다. 요리도 좋아한다. 그런데  『서른의 식사법』처럼 나에게 딱 맞는 음식 에세이 책을 발견한 경험은 많지 않다.      


식사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한끼를 떼우기보다 건강하게 즐기는

온전한 식사법에 두루 마음을 쓰다     


 간소한 음식 사진과 함께 표지에 이 글귀가 적혀 있는 『서른의 식사법』을 봤을 때 펼쳐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침 그때가 서른이었고, 평소에 내가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생각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소화불량, 위염, 편두통과 같은 아픔들에서 벗어나고자 음식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식사란 곧 생활이고, 생활이 바로 식사라고 생각하며 잘 먹는 이야기를 쓴다. 화려한 음식이 아니라, 간소하고 간단하면서도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음식들에 대해서 쓴다. 무엇보다도 ‘음식’이 주라기보다는 음식을 먹는 ‘나’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책이다. 그 점이 좋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음식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 온 매체에서도 음식을 다루고 열광하지만, 정작 몸에게 필요한 음식에 대해선 알려고 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특히 젊은 층에서는. 식사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인데도 말이다.      


 저자는 요리도 명상활동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굉장히 크게 공감했다.       


 ‘요리를 참 좋아하는 이유는, 요리 자체가 나를 사랑하는 경건한 활동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챙기는 데 무심하다. 오늘을 무사히 보내기 위해, 당장 앞에 있는 일을 처리하기에 바쁘다. 요리는 정신없는 삶 가운데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쏴아아 재료를 씻는 소리, 탁탁 칼로 재료를 써는 소리, 보글보글 국이 끓는 소리, 지글지글 재료가 익는 소리. 이 모든 것이 내 몸을 위한 소리다.’(137)


 ‘명상은 움직이면서도 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위 세 가지를 모두 요리를 하면서도 실행할 수 있다. 마음을 집중하고, 고요하고 맑은 상태로 만든다. 조용히 요리에만 집중 하다 보면 가끔은 깨달음도 얻게 된다. 나를 이렇게 사랑하면 되겠구나 하고 말이다. 


 사람들이 한번쯤 살면서 자신을 위한 요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바쁘다면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의식을 요리로써 치르는 것이다. 남이 해준 요리가 아닌 내가 직접 하는 나만을 위한 요리.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다.’(138)


 레시피를 보지 않아도 되는 요리를 할 때면 그저 순서대로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인다. 이 다음에 무얼 해야하지? 하고 고민하지 않아도 저절로 음식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렇게 한참 재료를 손질하고, 끓이다보면 어느순간 ‘와, 잡생각을 하지 않았네?’ 싶은 순간이 있다.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요리. 요리를 한 시간보다 먹는 시간이 더 짧을 수도 있단 건 알지만, 그럼에도 요리하는 시간은 소중하고 또 소중하다. 정말이지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가장 쉽고 멋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은 자취생. 매끼니 몸 생각하며 챙겨먹는 게 참, 쉽지만은 않다. 이번주 내내 바쁨에 시달렸다. 바쁘면 바로 나의 식생활에서 문제가 생긴다. 요리를 하지 않는다. 할 시간이 없고, 마음의 여유조차 없기 때문이다. 밖에서 사먹는 경우가 많아지고, 집에서 먹더라도 밖에서 사온 반찬이나 국을 데워서 먹는다. 간편하고 맛은 있지만, 내가 나를 위해서 신경쓰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대충 ‘떼운다’. 그렇게 며칠을 연속으로 보내다보면 ‘나, 너무 나를 안 챙기고 있네’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무리 바빠도 햄버거나 삼각김밥을 먹지는 않는다.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머리에 많이 박혀 있어서다. 어릴 때부터, 햄버거나 피자같은 인스턴트 음식은 멀리하는 아이였다. 대신 엄마가 해주는 된장찌개나 김치찌개랑 밥을 먹는 걸 더 좋아했다. 엄마는 전공이 식품영양학이었는데, 몸에 좋고 건강한 식사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선지 건강한 음식들을 잘 챙겨줬다.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음식들. 자연스럽게 나 또한 그런 음식들에 대한 관심도 또래에 비해서는 많았고, 익숙한 편이었다. 입맛이 엄마아빠에게 맞춰져버렸다. 학교 가기 전 아침엔 돌나물과 요구르트를 넣은 쥬스나 콩을 잔뜩 갈아 넣은 쥬스 등을 마셨다. (그래선지 초6때 키가 이미 164..) 덕분에 맛이 좀 덜한 건강 음식도 되게 잘 먹고, 몸을 생각하며 챙겨먹으려 노력한다.     


 챙기려 노력하는 편인데... 요리를 하지 않은 건 1주일이 아니라 몇 주는 된 것 같다. 심하다. 내가 끓인 맛있는 내 된장찌개, 얼른 먹고 싶다. 그사이 끝없이 장은 봤는데, 주로 토마토나 과일이었다. 요리는 못 해도 내 몸에 신선한 음식을 공급해야하니까. 또는 고기. 단백질을 챙겨야겠단 생각에 고기를 구워서 먹는 정도가 나를 위한 요리의 전부였다. (휴)      


 아, 이 책에는 잘 먹는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요리법이 따라온다. ‘낫토 그린 스무디’, ‘달래 넣은 달달 샐러드 소스’, ‘두유크림 톳 리소토’, ‘무 들깨 파스타’, ‘매생이 토마토 해장국’, ‘완두콩 조림’ 등 34가지다. 아직 직접 해본 적이 없다. 필요한 재료가 집에 없거나 필요한 장비(오븐)가 없어서 못 했다. 조만간 하나라도 시도해봐야겠다.  생각해보니 이번달엔 친구네 집에서 친구가 한 음식을 자주 먹었다. 지금 이 브런치 매거진을 함께 운영하는 친구. 지난주엔 직접 만든 잡채를, 오늘은 콩나물밥과 콩나물국! (나도 요리하는 거 좋아하는데도...어쩜 내가 친구를 초대한 게 대체 언제였나, 가물가물~하다.)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같이 먹는 것 또한 참 소중한 시간이다.  (이 책에 적힌 레시피대로 음식을 맛있게 만들면 친구를 초대해야지. )


 원래 3월에 브런치 매거진에 이 책으로 글을 쓰려고 했었다.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를 그제서야 봤는데, 그 영화를 보면서 이 책이 많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요리를 하는 장면은 굉장히 황홀하기까지 한데,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 다시금 나를 좀 제대로 잘 챙겨보자는 생각에.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좋은 책이 있다는 것도 알리고 싶어서 오늘은 이 책에 대해서 짧게나마 적어봤다. 



+ 오늘 아침엔 짬이 나서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싶어졌다. 무슨 요리를 할까 고민하다가, 미역국을 끓여봐야겠단 생각에 마트를 갔다. 1번째 마트가 문이 닫혀 있어서 조금 더 걸어서 다른 마트로 갔는데 그곳도 닫혀 있었다. 집과 가까운 조금 작은 규모의 마트라도 가야지 싶어서 집 쪽으로 걸어왔는데, 그 마트도 닫혀 있었다. 결국 미역국 재료 중 어느 하나도 사지 못 한 채 집으로 왔다. 내일 미역국 재료를 사면 꼭 만들어봐야지. 나를 위한 요리. 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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