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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라 Apr 27. 2020

요즘 읽는 책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  +

 

요즘 완독한 책이 많이 없다. 읽고 있는 책은 있다. 그래서 요즘 읽고 있는 책, 오늘 펼쳐본 책, 앞으로 읽어야 할 책에 대해 조금씩 썼다. (4월 26일  기준)


▪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서늘한여름밤아르테, 2019)

▪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우치다 핫켄봄날의 책, 2020)

▪ <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문학동네, 2003)

▪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이도우시공사, 2018)       

▪ <그믐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장강명문학동네, 2015)

▪ <우연의 소설>(강민선임시제본소, 2020) 

▪ 대구 인디 덕질 보고서 빅나인 2019』(빅나인고고클럽, 2020) 

데일리 라이프 매거진 미미 매거진〉 vol.2 계란(고스트북스x샌드위치 페이퍼, 2018) 



요즘 읽고 있는 책      


▪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서늘한여름밤아르테, 2019)


서늘한여름밤, 줄여서 서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서늘한 여름썰’을 가끔씩 듣곤 하는 청취자였다. ‘서늘한 여름썰’이 5년이 되었다보니 쭉 듣던 애청자는 아니었어도 들었던 방송은 꽤나 된다. 그러다 최근 몇 달 사이 다시 좀 찾아 듣기 시작했다. 2월에는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에 서밤이 출연한 방송을 들었다. <우리의 사랑은 언제 불행해질까>가 출간하고 난 뒤라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책을 보지 않아도 방송은 들을 수 있으니까, 불광천을 걸으며 들었다. 기억에 남는 건, ‘영혼의 노숙자’를 진행하는 셀럽 맷이 많이 외롭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대화가 왠지... 기승전 ‘너에겐 사랑하는 남편이 있지, 근데 나는 아무도 없어. 외로워’였다. 난 ‘영혼의 노숙자’ 애청자가 아니지만, 얼른 셀럽 맷에게 연인이 생기기를 바라게 될 정도였다. 여튼, 그 팟캐스트를 듣고나서도 책을 얼른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를 않았다.      


그러다 3월말, 니은서점에서 함께 일하는 이동근 북텐더가 책 추천 영상을 찍을 때, 이 책을 추천했다. 그의 말을 곰곰이 듣다보니, 굉장히 흥미가 생겼다. 왜 이제까지 안 읽었지?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한 달 전쯤엔 동근 북텐더에게서 책을 빌렸다.(요즘은 책을 사는 건 조금은 자제해보려고 빌립니다. 마침 빌릴 수 있는 사람도 있으니, 안 빌릴 이유는 없었습니다.) 빌려두고도 또 책장에 두었다가 이번주에 펼쳤다.      


- ‘사랑이 불행해지지 않으려면 내가 자꾸자꾸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줄 알았다. 사랑은 그렇게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다만 그게 나의 모습은 아니었을 뿐.’      


- ‘어떤 사람들은 “네가 아니었다면 연애/결혼할 생각 안 했을 거야. 너였기 때문에 가능했어.”라고 말할 테지만, 나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네가 아니었더라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을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네가 연애하기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너를 선택했다. 어떤 식물은 밀폐형 테라리움 속에서 살지 못한다. 우리 집 거실의 고무나무는 햇살과 바람과 물을 끊임없이 필요로 한다. 그렇다고 해서 고무나무가 고사리에 비해 미성숙한 것인가? 나약한 것인가? 아니다. 고무나무는 그런 종으로 태어난 것이다. 나도 그런 종으로 태어났을 뿐이다.      

 사람들이 연애를 필요로 하는 정도를 수치로 측정할 수 있다면, 이 수치도 정규분포를 그리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애를 해도 좋지만 안 해도 괜찮아’와 ‘연애를 안 해도 괜찮지만 하면 좋지’에 속해 있다면, 어떤 사람들은 ‘내 삶에 연애는 별로 필요 없어’에 속하고, 또 누군가는 ‘내 삶에 연애는 꼭 필요해!’에 속할 것이다. 그리고 너와 나는 ‘내 삶에 연애는 꼭 필요해!’에 속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는 확실히 그렇다.’      


속이 시원했다. ‘고사리’처럼 연애 없이도 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연애하고 싶어하는 나는 ‘미성숙한 인간’으로 보일까?를 생각하곤 했었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는(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연애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다소 낮춰보는 경우도 봤다. 독립적이지 못 한 사람이라는 시선까지도. 자신은 고고한 학인 것처럼.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솔직히 기분이 좋을 리는 없었다. 그런데, 나는 충분히 독립적이고 이보다도 더 독립적일 순 없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연애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삶에서 일만큼이나 사랑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일에서 커다란 성취를 하더라도, 그걸 함께 나눌 소중한 사람, 연인이 곁에 없으면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서밤이 ‘내 삶에 연애는 꼭 필요해!’라고 말하는 부분을 보며, 그렇게 말해줘서 너무 고맙단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연애가 꼭 필요한 종으로 태어났을 뿐이다.  연애해도 외롭지 않은 사람들은 혼자서 외롭지 않게, 잘 살아가면 되고, 나같은 사람은 연애하면서 외롭지 않게 살아가면 된다. 


이 책은 지금 84페이지까지 읽은 상태다. 얼른 이 글을 쓰고나면 더 읽다가 잘 생각이다.      



▪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우치다 핫켄봄날의 책, 2020)


봄날의 책 신간이다. 지난주, 봄날의 책 대표님이 감사하게도 서점에 와서 책을 전해 주셨다. 책이 들어있는 봉투에는 ‘구보라 북텐더께’라고 적혀 있었다. 얼른 읽어보고 싶었지만 더 시급하게 읽어야할 책들이 있어서 못 읽고 있었는데, 드디어 어제 조금의 짬이 나서 읽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앗, 이 문장을 보고 그다지 기분 좋아하지 않을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고양이도, 개도 키워본 적이 없어선지 막 엄청나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님) 그나마 요새는 불광천 걷다가 보이는 강아지들이 좀 귀여워보여서 쳐다보곤 한다. 마음 속으로 ‘아구 귀여워~’하면서. 그런데 고양이는 아직 그런 상태까지는 아닌데, 이 책을 펼치면서도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데, 공감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고양이를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이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술술 읽힌다. 읽다보면 우치다 햣켄의 집에 들어와 사는 고양이 ‘노라’가 머릿 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그러다 인터넷에 책을 검색해보았다. 우치다 햣켄은 우리에겐 좀 생소하지만 일본 작가들에게 ‘제일 가는 문장가’, ‘시적 천재’로 불리는 작가였다.      


“내게 제일가는 문장가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우치다 햣켄이다.”(미시마 유키오)

“햣켄 씨의 작품은 소탈하고 서민적이지만 그 몽환적 특색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나는 진심으로 우치다 햣켄 씨가 시적 천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내 주변에 남은 메이지시대가 차츰 저물어 사라져 간다. 쓸쓸하다. 하지만 내겐 우치다 햣켄이 있다. 사실 나는 우치다 햣켄을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 나 하나뿐이기를 바란다.”(사노 요코)     


역시, 범상치 않은 책이었구나! 지금은 아직 앞 부분인데... 고양이 노라가 집을 나갔다. 노라를 염려하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따스하다.      



▪ <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문학동네, 2003)

수없이 많이 추천을 받았던 책이다. 좋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로맹 가리가 쓴 책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이제껏 읽은 적이 없었다. 이번에 드디어 읽는다. 티끌님과 함께 ‘독서 펜팔’을 진행 중이다. 서로의 책장에서 책을 빌려 읽고 편지를 쓰는 건데, 티끌님 책장에서 한 달 전쯤 빌린 여러 권 중 한 권이다. 티끌님이 이 소설 너무 좋다고 강력 추천해주었다. 그래서 드디어 읽기로 마음 먹고 빌렸다! 그사이 다른 책을 먼저 읽었고, 이번엔 이 책이 끌렸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다. 전혀 어떠한 내용일 거란 감도 없이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는 역시, 이래서 문학을 읽는 거였지, 란 생각이 들었다. 무겁고도 무거운데, 또 계속 보게 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다 읽고나서야 쓸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펼쳐본 책

 

▪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이도우시공사, 2018)       

요즘 가끔씩 JTBC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본다. 오늘은 아침과 저녁에 9회 끝부분과 10회 중간까지 보다가 멈췄다. 이 드라마는 소설이 원작이다. 이도우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지난해 여름 친구로부터 선물 받았었다. 마음이 힘든 시기에 이 책을 읽었는데 힘이 됐다고, 나에게도 이 책이 힘이 되면 좋겠다는 편지와 함께.  ‘시골 마을의 낡은 기와집에 자리한 작은 서점 ‘굿나잇책방’을 중심으로 한 용서와 치유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선물 받고 몇 달을 책장에만 놓아두었다. 장편소설을 읽는 건 어느정도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책이 떠올라서 읽었다.     


정말 진부한 표현이지만 ‘빨려들어가듯이’ 읽었다. 담백한 두부같은 소설이었다. 로맨스도 있는데, 그 마저도 담백했다. 담백하지만 그 깊이는 진하게 다가왔다. 조금씩,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는 두 사람. 모질고 너무나 추운 시절을 혼자서 견뎌왔는데, 이제야 서로에게 온기가 되어줄 수 있었다. 그래서 찡했다.      


다시 펼쳐봤는데, 아쉬운 건 좋았던 부분에 표시를 해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너무 빨리 읽고 싶은 나머지 포스트잇도 붙이지 않았고 연필로 체크도 해두지 않았다. 보통 발췌해두는데 발췌해둔 파일도 없다. 발췌하려면 다시 읽어봐야할 것 같다. 그래도 이 부분은 기억난다.      


- “음... 책방 이름이 왜 굿나잇인지 물어보고 싶었어.”

실은 차에서 본 ‘아이린’에 관해 묻고 싶었지만 그건 개인적인 일일 것 같았다. 

“글세... 잘 자면 좋으니까. 잘 일어나고 잘 먹고 잘 일하고, 쉬고, 그리고 잘 자면 그게 좋은 인생이니까.” 

“인생이 그게 다야?”

“그럼 뭐가 더 있나? 그 기본적인 것들도 안 돼서 다들 괴로워하는데.” (54)     




앞으로 읽어야할 책      


▪ <그믐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장강명문학동네, 2015)

: 5월 6일에 녹음할 예정인 팟캐스트에서 소개할 책이다. 어떤 책으로 해야할지 며칠 고심하다가 이 책으로 정했다. 장강명 작가의 다른 책과는 결이 비슷하다고는 할 수 없는데, 이 책은 매우 아끼는 책이다. 티끌님과 진행하는 도서 팟캐스트 ‘보끌보끌’에서 다룰 예정이다. 오늘 앞의 몇 문단을 소리내서 읽었다. 역시 마음이 아파오는 책. 




이번 달에 산 책 


▪ <우연의 소설>(강민선임시제본소, 2020) 

4월 6일 이후북스에서 샀다. 사고 강민선 작가님에게 사인을 받았다. :)      


책 소개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상호대차: 내 인생을 관통한 책』, 『도서관의 말들』에 이어 이번에는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 다섯 편을 모았습니다.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쓰고 나니 우연히도 모두 도서관이 등장했고, 우연히도 사서 혹은 사서가 되고 싶은 사람이 주인공이었습니다. 책의 제목은 그래서 『우연의 소설』입니다.  

한 시절을 과거로 보내듯 오랜 시간 동안 써온 소설을 세상에 내보냅니다. 다음번엔 절대로 도서관 얘긴 쓰지 말아야지, 이제 다른 얘기 좀 해야지, 하고 예전에 했던 다짐을 또 하며, 다음엔 어떤 우연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소개합니다.'         

 

▪ 대구 인디 덕질 보고서 빅나인 2019』(빅나인고고클럽, 2020)


4월 13일 가가77페이지에서 샀다. 사장님에게 인디씬에 관한 책을 추천 부탁드렸는데, 이 책을 추천해주셨다. 일단 책이 너무 멋지다. 그리고 앞으로, 9와 숫자들에 대한 책을 만들 예정인데 그 작업에도 많은 도움과 영감을 줄 것 같다.      


책 설명 중에서 발췌했다.      


‘저는 뮤지션인 동시에 음악 하는 동료들의 팬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사랑스러운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고, 행복했고, 음악을 더 오래 할 수 있겠다는 희망 또한 가질 수 있었죠.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확신했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의 음악을자신들의 작품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 남아있었다면아티스트는 음악을 떠나지 않으리라는 걸요작품을 들여다봐주는 사람이 남아있었다면 이미 떠나버린 친구들도 아직까지도 저희와 함께 헤비에서 맥주마시고, 공연하며 함께 늙어가고 있지 않을까에 대해서요.     


대(big)구(9). 빅나인고고클럽에서 빅나인은 대구를 상징합니다. 저희는 대구 인디 음악의 덕후들입니다. 그리고 그들 음악의 가장 성실한 청자가 되기로 한 순간부터 지난 1년간의 기록을 책으로 묶었습니다. 2019년 한 해 동안 대구의 자립 음악이 담겨있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이 친구들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함께하시겠습니까? - 편집장 고창일’      


데일리 라이프 매거진 미미 매거진〉 vol.2 계란(고스트북스x샌드위치 페이퍼, 2018) 


4월 24일 이후북스에서 샀다. 이번주에 산 책은 매거진 뿐이다. 종이잡지클럽에 가면 꼭 읽곤 했던 잡지다. 미미 매거진! 사이즈도 귀엽고, 내용도 알차다. 매거진 만들 때 레퍼런스로 참고하려고 공금으로 샀다.(옛 직장동료와 둘이서 함께 준비하고 있다)      


- 미미 매거진 소개 글     

‘아름다울 '미(美)', 맛 '미(味)'자의 '좋은 맛' 이란 뜻을 가진 <미미 매거진>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가치에 집중합니다. 우리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식재료에서 주제를 정하고, 다양한 작가들이 바라보는 일상의 가치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며, 우리 주변에서 그것을 다루는 사람들의 인터뷰와 개인의 삶 속에서 이것이 어떤 쓰임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소소하지만 가치로운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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