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햄버거를 가끔 먹는 편이었다. 주로 타지에 혼자서 출장을 갈 때 먹었다. 국내든 해외든 출장을 갈 때면 주로 한 가지 목적으로만 가기 때문에 먹는 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기차역이나 공항을 이동하며 짬을 내서 간단하게 혼자서 먹기에 햄버거가 적당했다. 햄버거는 내게 패스트푸드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간편식으로만 인식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캘리포니아에 머물며, 가끔 외식을 하게 되면서 햄버거에 대한 나의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그 이유는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햄버거보다 무궁무진한 햄버거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는 미국체인 브랜드는 미국에도 많이 있지만, 내가 모르던 햄버거샵이 훨씬 더 많았다. 한국의 백반식당처럼 자기만의 브랜드로 운영하는 곳도 많아서 모두 다 가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내가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곳을 하나씩 경험해 보았다. 새로운 매장을 갈 때마다, 그 매장만의 특징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러면서 같은 햄버거에 감자튀김이라도 얼마든지 새롭게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1953년 8월부터 현재까지 미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맥도널드 다우니(Downey) 점도 가보았다. 외부의 장식도 지금과 다르게 당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내부에 박물관이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여러 매장을 경험하며 나의 햄버거취향도 한국에 있을 때와 다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없는 '인 앤 아웃 버거'를 만났기 때문이다.냉동하지 않은 신선한 재료만 사용하며 직영으로만 운영을 해 매장 수가 적다.
처음방문한 패서디나의 '인 앤 아웃'은 매장 앞에서 직원들이 미리 주문을 받는다. 방문자의 기다림을 최소로 하려는 배려가 보였다. 매장 내에서 생감자를 커팅해서 조리하는 것을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버거와 함께하는'할라피뇨'는 전체적인 맛에 조화를 준다. 한마디로 특별할 것이 없을 것 같은 많은 햄버거 중에서 특별하다. 가격과운영방식도 합리적이다.
교민으로 오랫동안 미국에 살고 있는 지인을 만났을 때 틈만 나면 '인 앤 아웃'가자고 했던 이유를 경험해 보고 알았다. 음식에는 누구나 호불호가 있고, 개인적 경험이었지만 같이 먹었던 입맛이 까다로운 아내와 아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다양한 매장을 경험하니, 미국인에게 햄버거는 간편식 이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미국만의 햄버거 문화는 계속 진행 중이며 그 파급력과 규모가 대단한 것 같다.미국인이 한국에 오면 미국의 햄버거를 쉽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김밥 같은 한국음식도미국의 햄버거처럼 대중화되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넷플릭스로 '흑백요리사'를 재미있게 보며 이런 가능성이 잠시 머리를 스쳤는데, 나의 예감이 틀리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