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 어머니가 집에서 하얀 천에 다양한 색의 실로 수를 놓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어머니는 학창 시절 학교에서 배운 것을 취미로 집에서 수를 놓고는 하셨다.
2021년 7월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개관한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자수와 보자기를 전시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의 자수를 기억해 냈다. 전시된 작품들은 대부분 작가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수백 년이 넘은 작품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어느 집안에서 대대로 물려내려온 작품들이다. 그래서 공예박물관을 개관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기증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평생 동안 5000여 점을 수집한 서동화 님이 기증한 것이었다. 그는 수집뿐만 아니라 그림과 공예작품도 남겼고 예술에 대한 조예도 깊었다.
박물관의 자료를 보니 서동화 님은 육사 9기 출신이며 6.25 전쟁 때 공을 세워 훈장을 받았다.
법학을 공부했고 한국전력에서 근무 후 자수박물관을 열어서 자비로 방대한 양의 작품을 부인 박영숙
여사와 함께 수집하였다.
이후 보존을 염려하여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을 하였다. 타개하시기 전 자신의 삶에는 감사하지만,
3~4년만 더 자수를 연구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남기셨다고 박여사는 전한다.
박여사는 한국의 바느질이 세계최고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한국자수의 뛰어남과 이들 부부의 평생에 걸친 삶의 흔적을 함께 느끼기 위하여 서울 공예박물관에 가보면 좋겠다. 나는 갈 때마다 그분들께 감사한다.
그리고 지금 자신들이 일상의 삶에서 만든 자수와 보자기들이 수 백 년 후인 지금 서울 한복판을 수놓고 있는 것을 예상 못한 이름 모를 작가분들께도 감사한다.
어릴 적 집에서 형형색색의 수를 놓으셨던 나의 어머니는 요즘 자수대신 노래를 열심히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