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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 담기

1년간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며

by 피터정

브런치스토리에 첫 글을 올리기 시작해서 어느덧 1년이 되었다.


1년 전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니, 그때 시작하길 참 잘했다.


"갑자기 무슨 마음이 들어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뭔가 '나의 일상을 기록'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난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심코 흘러가는 나의 시간을 잡고 싶었던 것 같다.


1년간의 글들을 리뷰해 보니 글쓰기를 통해서, 시간의 흐름을 늦추는 것은 어느 정도 성공한 느낌이다.


매일 같은 생활을 반복하면,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른다. 매일 같은 생활을 반복하면 무의식이 더 많이 작용한다. 그러나 반복적인 삶에서도 조금씩 변화를 주면 더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여행을 하면 삶의 공간이 바뀌기 때문에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


요즘은 1년 전으로 시간을 돌리고 싶으면 그맘때 내가 썼던 글을 찾아서 읽는다. 그러면 나의 시간은 그때로 돌아간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고 6개월과 9개월 시점에서도 당시의 느낌을 글로 올렸다. 그때마다 느낌이 달랐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꾸준하게 무언가를 지속하면 나름대로 성장을 한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타의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는다.


1년을 돌아보니

양적인 성과로, 글의 특징별로 7개의 매거진을 만들었고 110개가 넘는 글을 썼다. 누적 조회수도 13만을 넘기고 있다.

글 1개당 1000여 명 이상이 읽었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사실, 글마다 차이가 많다. 어떤 유형의 글이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지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되기도 한다. 시도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다. 아이러니한 점은 내가 심사숙고해서 쓴 글들보다, 가볍게 그때 느낀 점을 스케치하듯이 쓴 글들이 조회수가 더 많다는 점이다. 노력과 결과는 반비례할 수도 있다. 글이 내손을 떠나는 순간부터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과 조회수보다는 글 쓰는 동안 그만큼 행복한 시간을 가진 것에 만족하고 싶다.


질적인 성과로, 매거진 하나가 30개의 글을 넘기니 브런치스토리에서 책으로 출간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왔다. 개인이 책으로 출간까지 하려면 많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할 텐데, 디지털과 AI의 영향으로 책출판이 쉬워지는 것 같다.


1년 전 글을 시작할 때, 나는 실명이 아닌 필명을 선택했고, 글 올리는 것을 가능한 가족 이외에는 주변에 알리지 않기로 했다. 다만 주변에서 글을 쓸 것 같은 분에게는, 이런 시스템 이 있으니 관심 있으면 한번 시도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내가 글쓰기로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경험했으니, 주변사람들과 같이 나누기 위함이다.


이런 경우에 가끔 사람들에게 공통적인 질문을 받는다. "그거 하면 수익이 생기나요?" 다. 내 주변에서 같이 글 쓰는 사람이 생기면, 서로 격려도 하고 도움도 주고받을 것 같아서였는데 나로서는 좀 당혹스럽다. 물론 글쓰기자체를 존중해 주고 격려해 주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은 나의 권유로 글을 쓰는 지인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내가 계속 글을 쓴다면 "언젠가 글친구가 생기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이 경험을 통해서 내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살고 있음을 느낀다. 어쩌면 내게 글쓰기는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 "비자본주의라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 글쓰기는 무엇보다 나의 삶을 돌아보고, '현재'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일상이나 여행,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나의 생각과 미술관관람 등에서 글의 소재를 찾는 것은 큰 즐거움이 돼 가고 있다. 글을 쓰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칠 일들을 글로 담아 공유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모두가 '글쓰기라는 동기부여' 때문이다.


글을 쓰다 보니, 물리적인 공간과 장소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글로 집중하고 있는 그 관심과 대상에 따라 내가 한국에서도 미국에 있고 미국에도 한국에 있게 된다. 어제로도 돌아가고, 10년 전으로도 돌아가있음을 느낀다. 내가 쓴 1년 전 글을 읽어보고 "내가 그때 이런 생각을 했었나?"라고 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한다. 1년 전에는 막연하게 느꼈던 글쓰기에 대한 나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정리되어가고 있다.


내게 글쓰기의 삶을 시작하고, 1년간 지속하게 해 준 브런치스토리의 시스템에 감사한다. 그리고 내 글을 읽어준 분들과 초고를 먼저 읽고, 조언해 주는 아내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다시 1년 후, 글쓰기로 내가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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