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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 담기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by 피터정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은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기듯이,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길 수 있어야 한다는 권고의 의미다.


'부귀영화'는 죽으면 사라지나, '명예'는 후세에 남으니 사람은 정직하게 최선으로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호랑이처럼 가죽도 남기지 못하는 삶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시대에는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인 '선비'가 있었다. 선비는 양반계급으로 벼슬을 하기 전은 '사(士)'를 이름 뒤에 붙여 쓰고 벼슬을 한 뒤에는 '대부(大夫)'라 칭하여 '사대부 (士大夫)'라고 했다. 양반이라도 벼슬을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은 사람들은 나름대로 평민과 구분된 삶이 필요했을 것이다. 대부분 경제적으로는 안정되었으니, 생계를 위한 일보다는 학문을 익히고 자신을 수양하는 삶을 추구했다. ‘좋다’ ‘훌륭하다’는 뜻을 담고 있는 '선비'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사회의 전통적인 지식인’이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계급이지만 '선비정신'이나 '선비'라는 비유는 아직 남아있다. 지금도 "그 사람 참 선비 같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큰 칭찬으로 학식이 있고, 의리와 원칙을 지키며, 사회에 봉사하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공식적인 신분의 계급이 없는 현재도 선비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조선시대나 현재나 이런 이들은 소수지만 나름의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다. 어쩌면, 요즘 회자되고 있는 '파이어족'중에도 이런 삶을 추구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서양에서도 이와 유사한 표현이 있다. 현대경영학의 창시자인 피터드러커의 저서 '프로페셔널의 조건'에 나오는 이야기로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하는가?"이다.

이는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피터드러커는 저서에서 다양한 실제 사례를 들며 이를 설명한다. 드러커 자신과 친구들도 13세 때 종교수업에서 신부님께 이 질문을 받고 당황했다고 한다.

이후 졸업 60주년 동창모임에서, 그와 친구들은 당시의 질문이 자신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었다고 했다. 드러커 자신도 같은 경험을 했다.


이 질문에는 몇 가지 옵션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질문의 내용이 바뀐다는 것이다. 내가 이 문구를 접한 것이 20년이 넘었는데, 질문에 대한 나의 답도 더 좋은 쪽으로 바뀌고 있다. 수시로 스스로에게 "너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니?"라고 질문하는 것은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어떤 유혹에 빠질 것 같거나, 의외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한다. 이 질문은 삶의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삶의 의미를 탐구하도록 독려해 준다.


그리고 삶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나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동기부여를 준다.


글을 정리하며 사람은 한순간의 실수로 호랑이보다 못한 삶을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워졌다.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은 나의 표현으로, "호랑이는 평생을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지만, 사람은 너무 본능에만 충실하면 호랑이 같은 삶을 살게 된다."는 글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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