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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정 Aug 06. 2024

퇴사기념여행

15년 정든 직장을 떠나며

나는 대학졸업을 앞두고 평소 가고 싶었던 회사에 공채로 입사했다. 이후 15년 넘게 한 부서에서 근무했고, 창업하고자 퇴사했다.

 

당시에는 드문 사례였다.

대부분 그 나이나 경력이면, 이직을 거나

정년까지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직장생활만 하다가 40세가 넘어서 창업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정년까지는 많이 남아서  근무할 수 있는데,

스스로 그만두는 것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나도 쉽게 결정한 것이 아니었다.

사실 나는 나의 직장자체를 좋아했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좋아해서 헤어진다는 노래가사처럼,

좀 모순 같지만 나의 마음은 이미 결정되었다.


당시 나는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마치 학교를

졸업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학교의 졸업과 다른 점을 생각해 보았다.

학교는 돈을 내고 다니는데,

회사는 돈을 받고 다닌다.


학교는 졸업기한이 정해져 있는데,

회사는 법적인 정년이 있을 뿐 퇴사시기는 모두 다르다.


그리고 중간에 퇴사한다고 축하해 주는 분위기는 아니다.


학교는 방학이 일 년에 두 번 있는데, 회사는 없다.


학교는 학생들 모두 평등하지만, 회사는 직급에 따라

역할과 대우가 다르다.


학교에서 반장은 통솔권은 어느 정도 있으나, 회사의 상사는 인사권이 있다.



반대로 학교와 회사의 공통점을 생각해 보았다.

내경우는 학교나 회사 모두 배운다는 것은 같았다.


회사는 수업은 없지만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결과는 성적표대신 인사고과나 연봉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학교나 회사모두 새로운 사람들만난다.

학교는 주로 친구로, 회사는 주로 일에 의한 관계로 만난다.


대략 정리해 보니,

나는 회사를 학교에 다니듯이 다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는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전공으로 계속 이어서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정든 직장을 떠나면 축하를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회사사람들 축하보다는 헤어짐에 대한 서운함, 내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나 자신에게 축하를 해주고자 근무 마지막 주말을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건 바로 가족과 함께하는'퇴사기념 가족여행'이다.  일종의 회사졸업기념 여행이다.


한동안 직장사람들과 환송회 등으로 피곤하기는 했지만,  좀 더 의미 있는 의식을 가족과 함께하고 싶었다.


직장이 서울의 강남에 있어서 퇴근시간에 맞춰서 아내와 학교를 마친 두 아들이 회사로 왔다.

회사 건물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여기가 아빠가 15년간 근무하는 곳이야"라고 알려주었다.


졸업식 때

학교에서 사진 찍고 식사하는 의식 같은 의미였다.


그리고 우리는 차로 경부고속도로를 향했다.

회사 주차장을 나오면서,

그동안 사용했던 정기주차권과 법인카드 등을 반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한다는 것을 실감 나게 했다.


여행목적지는 그리 멀지 않은 충남아산이었다. 그곳으로 정한 것은  온천과 현충사 때문이었다.

온천에서 15년간 나도 모르게 내의식에 깊게 배인 직장인의 마인드를 벗겨내고 싶었다.


앞으로

직장인 신분을 벗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할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앞두고 현충사에 들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그곳에서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의 졸업을 축하해 주는 아내와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아들을 보며 잠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2박 3일간의 가족졸업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고 다음의 코스로 가듯이,

15년 만에 직장인의 삶을 조기 졸업하고

나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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