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 이전에 청소년 ADHD였다.
TV에 나와 성인 ADHD 진단을 받고도 약을 복용하지 않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ADHD가 어떤 독특한 영역과 특성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약을 복용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니 그러한 선택에 긍정한다.
그러나 내 선택은 다르다. ADHD는 내가 먼저였겠지만, 진단은 먼저 받은 큰 아이를 보며 나름 느끼는 바가 있어, 최근부터 나 역시 ADHD 약을 복용하고 있다. 약을 복용해 본 느낌은 한마디로 '아쉬움'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다시 돌릴 수 있다면 중2쯤엔 약을 복용하고 싶었을 만큼 괴로운 시간들이 많았다. 아무도 내가 산만한 줄 몰랐다. 매우 충동적이라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난 조용한 ADHD였다. 영어교과를 좋아했지만, 듣기 평가가 도저히 들리지 않았다. 무척 괴로웠다. 말이 들리다 말았다. 결국 듣기 평가를 포함한 평가에 있어서는 100점을 받기는 어려웠다. 난 글과 말이 좋은 사람인데, 문과는 아닌가 보다 싶어 수학공부를 심하게 열심히 했다. 물론 중학교 교육과정까지는 수월하게 넘을 수 있었지만, 고등학교를 진학한 이후에는 모든 공부가 어려웠다. 집중하기도 어려웠고, 충독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공부의 흐름이 끊기기 일쑤였다. 당연히 성적은 나빠졌고, 나 스스로의 효용가치의 의문을 가지며, 존재에 대한 괴로움이 생겼다.
아빠는 시각장애인, 엄마는 외벌이였다. 중학교 이후엔 내 밥은 내가 알아서, 내 살길도 내가 알아서 찾아야 한다는 것쯤은 알았다. 공부만이 살길이라는 생각하나였는데, 고등학교 이후의 성적을 보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었다. 성적만 떨어졌을 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님은 모르셨겠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이 지속되었다. 꼭 ADHD 때문만은 아니었을 텐데, 지금에 와서는 그 탓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지금처럼 소아정신과 방문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시절이었다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조금 더 공부해서 더 나은 대학으로 진학했을 때, 내 삶은 달라졌을까?라는 질문도 하지만, 그건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게으르거나 모자란 탓은 스스로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우리 아이에게도 나타나고, 내 어린 시절 나에게도 나타났던 여러 가지 증상들인 주의집중부족, 잦은 지각, 충동적인 행동, 시간 개념 없음 등등, 약을 먹으니 나아지는 증상들에 아쉬움이 남는다. 약을 먹어보니 알겠다. 내 뇌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니, 어린 시절 나에게 조금의 관대함으로 위로를 해주고 싶다. 더불어 우리 아이에게도 오늘은 다시 한번 관대해 보리라 다짐도 해본다. 나의 단점, 닮음이 싫어서 추궁하고, 몰아붙이는 시간의 연속이다. 알면서도 잘 안 되는 것을 이렇게 다시 글로써 다짐해 보며, 어린 시절 나를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