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태양처럼 되자!

by 꼰스딴찐 드미뜨리예비치 발몬뜨

by 김양훈

우리 태양처럼 되자!

꼰스딴찐 발몬뜨


우리 태양처럼 되자! 누가 우리를

황금빛 길로 이끄는지는 잊어버리고

오직 이것만 기억하자, 다른 것,

새롭고, 강하고, 선하고, 악한 것을 향해서

우리 황금빛 꿈속에서 영원히 눈부시게 돌진하리라는 것.

우리 지상의 욕망에 시달려도

늘 천상을 향해 기도하자!

언제나 젊은 태양처럼,

타오르는 꽃들과 투명한 대기와

모든 황금빛 존재를 부드럽게 애무하자.

그대는 행복한가? 그렇다면 두 배 더 행복해져라,

돌연한 꿈의 화신이 되어라!

정체된 평온 속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멀리, 더 멀리, 불가침의 경계까지 돌진하라,

더 멀리, 새로운 꽃들이 불타오르는 영원을 향하여

운명의 날이 우리에게 손짓하나니.

우리 태양처럼 되자, 젊은 태양처럼.

바로 여기에 아름다움의 계명이 있노라! (1902)

이명현 엮고 옮김. 러시아 현대대표 시선
『삶은 시작도 끝도 없다』(창비세계문학) 中

5월 독서과제 시선집 연재 (11)


시대적 배경과 시평
콘스탄틴 발몬트(Konstantin Balmont)의 시 「우리 태양처럼 되자!」(Будем как Солнце!)는 러시아 문학사에서 ‘은의 시대’를 화려하게 열어젖힌 상징주의 문학의 작품입니다. 이 시는 단순한 서정시를 넘어, 정체된 시대를 돌파하려는 젊은 영혼들의 선언문과도 같습니다. 작품의 배경과 문학적 가치를 정리해 드립니다.

1. 시대적 배경: 러시아 '은의 시대'와 상징주의

이 시가 발표된 1903년(시 자체는 1902년 집필)은 러시아 제국 말기의 혼란과 예술적 풍요가 교차하던 시기였습니다.

▪ 상징주의의 도래: 19세기 사실주의 문학의 엄격함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세계와 인간의 내면적 자유를 탐구하려는 '상징주의'가 꽃을 피웠습니다.

▪ 태양 숭배(Solarism): 당시 러시아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니체의 '초인' 사상과 결합하여, 낡은 가치를 태워버리고 새로운 생명력을 찬양하는 '태양'에 대한 찬가가 유행했습니다. 발몬트는 이 흐름의 선두주자였습니다.

2. 문학평론: 역동적 생명력과 탐미주의적 초월

멈추지 않는 돌진: 역동적 생명력

발몬트는 "누가 우리를 이끄는지 잊어버리자"라고 말합니다. 이는 과거의 관습, 종교적 속박, 혹은 사회적 의무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과정' 그 자체입니다. 선과 악을 가리지 않고 "새롭고, 강하고, 선하고, 악한 것"을 향해 돌진하라는 주문은, 도덕적 잣대보다 삶의 에너지를 우위에 두는 니체적 태도를 보여줍니다.

지상과 천상의 조화

"지상의 욕망에 시달려도 늘 천상을 향해 기도하자"는 구절은 인간의 이중적 숙명을 긍정합니다. 우리는 발을 땅에 딛고 고통받는 존재지만, 시선만큼은 태양(이상)을 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태양은 단순한 항성이 아니라 '영원한 젊음'과 '불멸의 예술'을 상징합니다.

경계를 넘어서는 '불가침의 경계'

시는 "정체된 평온"을 경계합니다. 안주하는 삶은 시인에게 죽음과 같습니다. "멀리, 더 멀리"라는 반복적 수사는 독자로 하여금 끝없는 자기 초월을 독려합니다. 발몬트에게 아름다움이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미지의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불타오르는 운동성 그 자체입니다.

"우리 태양처럼 되자, 젊은 태양처럼.

바로 여기에 아름다움의 계명이 있노라!"

이 마지막 구절은 심미주의(Aestheticism)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도덕이나 윤리가 아닌 '아름다움'이 삶의 유일한 계명이 되는 순간입니다.

3. 예술적 특징: 음악성과 색채감

발몬트 시의 가장 큰 특징은 '음악성'입니다. 원문인 러시아어는 강렬한 운율과 'ㄹ' 음의 반복을 통해 마치 태양빛이 쏟아지는 듯한 청각적 효과를 줍니다. 또한 '황금빛', '투명한 대기', '불타오르는 꽃' 등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독자의 감각을 자극합니다.


[시평]

콘스탄틴 발몬트의 「우리 태양처럼 되자!」는 총 3개의 의미 단락(연)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각 부분에서 시인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와 문학적 상징을 중심으로 시평을 이어가겠습니다.
제1연: 과거와의 단절과 눈부신 돌진

"우리 태양처럼 되자! 누가 우리를

황금빛 길로 이끄는지는 잊어버리고

오직 이것만 기억하자..."

첫 연에서 시인은 '망각'과 '기억'의 대조를 통해 새로운 시대를 선언합니다. '누가 이끄는지'를 잊으라는 것은 기존의 종교적 권위나 사회적 관습, 타성적인 도덕률에 의존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대신 기억해야 할 것은 오직 하나, '영원히 눈부시게 돌진하는 행위'입니다.

여기서 "새롭고, 강하고, 선하고, 악한 것"이라는 표현이 흥미롭습니다. 발몬트는 이분법적 선악 구조를 파괴합니다. 태양은 선인에게나 악인에게나 공평하게 빛을 내리듯, 삶의 에너지는 그 색깔이 무엇이든 그 자체로 숭고하다는 범신론적이고 초월적인 생명력을 강조합니다.

제2연: 지상적 한계와 천상적 갈망의 조화

"우리 지상의 욕망에 시달려도

늘 천상을 향해 기도하자!

언제나 젊은 태양처럼..."

발몬트는 인간이 겪는 현실적 고통과 욕망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지상의 욕망에 시달려도"라는 구절은 인간의 유한함에 대한 인정입니다. 하지만 시인은 거기서 멈추지 말고 '천상을 향한 기도'를 멈추지 말라고 권유합니다.

여기서 '태양'은 만물을 소생시키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타오르는 꽃과 투명한 대기, 그리고 모든 '황금빛 존재'를 부드럽게 애무하는 태양의 모습은, 자신을 태워 세상을 사랑하는 예술가적 헌신을 상징합니다. 고통스러운 현실(지상)을 예술적 승화(천상)로 바꾸어내는 연금술사적 태도가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제3연: 정체를 거부하는 영원한 이행(Transition)

"그대는 행복한가? 그렇다면 두 배 더 행복해져라

... 정체된 평온 속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멀리, 더 멀리, 불가침의 경계까지 돌진하라"

마지막 연은 독자를 향한 강렬한 선동이자 축복입니다. 발몬트에게 '행복'은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아니라, 더 큰 에너지를 내뿜기 위한 연료입니다. 그는 "정체된 평온"을 가장 경계합니다. 고여 있는 물은 썩듯, 정체된 영혼은 죽은 것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불가침의 경계"까지 나아가라는 주문은 인간이 가진 잠재력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라는 상징주의적 초월주의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에 다시 반복되는 "우리 태양처럼 되자"는 구절은, 단순한 희망 사항이 아니라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아름다움의 계명'으로 격상되며 시적 완성도를 높입니다.

종합 평론: 빛의 철학으로 쓴 생의 찬가

이 시는 20세기 초 러시아의 암울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개인의 영혼이 어떻게 빛을 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발몬트에게 태양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자기 연소(Self-combustion)를 통해 세상을 밝히는 예술가의 영혼 그 자체입니다.

그는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삶이 비루할지라도 그 중심에는 언제나 '황금빛 꿈'이 있어야 하며,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멈추지 않는 운동성이야말로 인간을 신성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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