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베따예바의 詩에 대하여

절도를 모른 영혼

by 김양훈

[옮긴이의 해설]

쯔베따예바에 대하여

러시아 현대대표 시선

『삶은 시작도 끝도 없다』

옮긴 이 이명현 교수


이오시프 브로드스키(Iosif Brodskii)는 “시인 쯔베따예바와 인간 쯔베따예바는 일치한다. 그녀에게 있어 예술과 존재 간에는 쉼표도, 심지어 이음표도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진술은 그녀의 시가 전달하는 감정의 정직함을 강조하고 있다. 쯔베따예바의 시는 무엇보다도 시인이 느낀 감정의 직설적이고 극적인 표현이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마저도 세계와 사물에 대한 감정적 태도에 대입시킨다. 그러한 감정은 대단히 강렬하고 폭발적이어서 “분수에서 물이 솟구치듯/로켓에서 불꽃 쏟아지듯”(「너무 일찍 씌어진 나의 시들」) 분출한다. 따라서 그것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열정”인 것이다. 쯔베따예바의 열정은 삶에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자, 그것을 파괴하는 폭력과 재난과 죽음에 대한 지독한 증오와 분노이다. 그녀의 시는 흡사 진실하고 강력한 감정의 힘으로 죽음과 재난으로부터 자아를 지켜내려는 절박한 투쟁처럼 느껴진다. “사랑과 슬픔은 죽음보다 강하다”(「자살」라는 시행은 그러한 쯔베다예바 시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전달해 준다.

쯔베따예바의 시에서 감정과 더불어 육박해 오는 것은 시인의 자아이다. 그녀의 시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자아 중심적 경향은 그 강도나 양상에 있어서 마야꼽스키(V. Mayakovskii)의 그것에 비견될 만하다. 쯔베따예바의 서정적 자아는 결벽스러울 정도로 자주적이고 독립적이고자 한다. 그녀는 그 누구에 의해서도 통제되거나 길들여지지 않고, 그 무엇에도 예속되지 않는다. 그러는 한편, 쯔베따예바의 서정적 자아는 유달리 모순적이고 변화무쌍하다. 방종하면서도 우아하고, 불손하면서도 수줍음을 타고, 성스러우면서도 사악한 그녀는 “꿈과 훈향 깃든 성당 안으로/작은 악마들처럼 불시에 잠입”하여 “청춘과 죽음을 노래한다.”(「너무 일찍 씌어진 나의 시들」) 그녀의 열정은 무모하고 절제를 모르며, 종종 광기와 전횡으로 치닫는다. 그러한 시적 자아는 시인 자신에 의해 “절도를 모르는 영혼”으로 명명된다. 그것은 “태형을 그리워하는/채찍과 광신의 영혼./(…)/모욕을 참지 못한 영혼”(「절도를 모르는 영혼」)이다. 이때 쯔베따예바가 자신의 자아를 ‘영혼’이라고 부르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살아생전 시인을 철저히 배반했던 물질에 대한 완강한 부정의식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세속적인 부(富)에서부터 자신의 고유한 육신까지 물질적인 것은 전부 부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하여 시적 자아는 사진(四肢) 대신 ‘나비’(혹은 천사)의 ‘날개’를 단 ‘영혼’으로 화(化)한다.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자전적 사건이 투영된 초기작 「자살」에서 엿보이듯이, 쯔베따예바는 자신의 시를 통해서 개인적이고 시대적인 비극적 사건들을 ‘실낙원’의 비극적 신화로 재구성한다. 그 과정 속에서 수많은 문학적 상징들과 주제들, 일상적 디테일들이 도입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서정적 자아를 표현하는 데 오롯이 바쳐진다. 가령 「집」에서 허물어져 가는 집과 그것의 ‘박공’과 ‘창문’은 나의 ‘청춘’과 나의 ‘이마’와 나의 ‘눈동자’의 알레고리이다. 더 나아가서 집은 나의 분신이며 나와 한 몸이다. 그렇게 ‘나’는 주변의 사물들에 투사되고 스며듦으로써 모든 것을 나의 연장이자 일부이게끔 만든다. 마지막 시 「내 충직한 책상이여!」에서 ‘책상’ 역시 나의 분신이다. 그런데 그것은 ‘노새’에서 ‘거울’로, ‘문지방’에서 ‘죽음의 널판’으로, ‘바닷가 물결’에서 ‘체스의 장군’으로 ‘고행자의 탑’에서 ‘불기둥’으로 변신한다. 이 모든 이질적이고 산발적인 예측 불허의 연쇄적 이미지들은 세계를 향해 확산되어 가는 시적 자아를 형상화한다. 바꿔 말하면 그 모든 것을 시인은 자기 속에 포용하는 것이다. 방종하고 절도를 모르는 시인의 독자적인 영혼은 그에 상응하는 언어적 파격을 감행한다. 쯔베따예바의 시는 시적 발화의 관례를 종종 곤혹스러울 정도로 무시한다. 시행(詩行)의 잦은 ‘넘김’과 이음표(―)의 빈번한 사용, 이질적인 발화의 느닷없는 삽입, 신조어와 외래어의 과감한 도입, 예기치 못한 연상들은 대단히 독창적이고 전위적인 시 텍스트를 구축한다. 따라서 쯔베따예바의 시를 읽는 것은 시인 못지않은 도발적인 상상력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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