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욱 著「도사리와 말모이, 우리말의 모든 것」p400-402
뒤 또는 찌, 매화, 심마니말로는 되나지로도 불리는 똥, 욕설을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되는 똥,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똥, 농사짓는 데 요긴하게 쓰이는 똥, 밥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사는 데 절대적인 조건이 되는 똥. 똥이란 무엇인가.
똥에는 된똥과 진똥이 있다. 된똥 가운데서도 물기가 없이 되기만 한 똥을 강똥, 고드름 모양으로 뾰족하게 눈 똥을 고드름똥이라고 한다. 굵고도 긴 똥덩이를 똥자루라고 하는데, 똥구멍에서 나오는 똥자루의 대가리를 똥끝이라고 한다. 왜 시작되는 부분을 끝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무슨 일로 몹시 마음을 졸일 때 '똥끝이 탄다'고 말한다. 실제로 애가 타면 똥자루가 딱딱해지고 빛깔도 탄 것처럼 꺼멓게 된다고 한다. '똥줄이 탄다'는 말도 '똥끝이 탄다'와 비슷한 말이다. 똥줄은 급히 내깔기는 똥의 줄기를 가리킨다. 진똥에는 설사할 때 나오는 물찌똥, 물찌똥을 힘차게 내깔기는 활개똥 같은 것들이 있다. 곱똥은 곱이 섞여 나오는 똥이다.
배탈이 나서 먹은 것이 제대로 삭지 못하고 나오는 똥은 산똥, 너무 먹어서 그렇게 나오는 똥은 선똥이라고 한다. 그놈이 그놈이다. 밤똥은 밤이면 누도록 버릇이 된 똥이고, 삼똥은 꺼멓게 타서 나오는 똥을 말한다. 분지는 똥과 오줌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고, 밑정은 젖먹이가 똥오줌을 누는 횟수를 가리킨다.
배내똥은 갓난아이가 먹은 것 없이 처음 싸는 똥을 말하는데, 사람이 죽을 때 싸는 똥도 배내똥이라고 한다. 나서 죽을 때까지 사람에게 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배내똥이라는 말이 일깨워 주고 있다. 배내똥이지 베네똥이 아님을 확실히 해 두자.
이번에는 똥을 누는 것과 싸는 것, 내깔기는 것 그리고 뒤를 보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 보자. 똥누기는 아무래도 좀 느긋한 여유가 있을 때의 일이다. 흔히 말하는 '밀어내기'인데, 대개 신문 같은 읽을거리를 필요로 한다. 똥싸기는 상황이 급하다. 똥이 마려워도 심하게 마려운 상태로, 누가 뒷간 차지를 하고 장기전에라도 들어가 있으면 문 앞에서 미주알에 힘을 주느라 직립의 자세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뒷간 갈 때 마음 다르고 올 때 마음 다르다'는 것이 바로 이때의 이야기다.
똥을 내깔기게 될 때는 최악의 상황이다. 급한 설사를 만나거나 했을 경우인데, 온몸에서 비지땀이 흐르고 경련이 일어나며 허리띠를 푸는 데 걸리는 짧은 시간이 엄청나게 긴 시간으로 느껴진다. 허리띠를 풀고 나서 좌악 소리가 들리면 저절로 휴우 긴 한숨을 쉬게 된다. 가끔은 일을 치르고 나서 휴지걸이에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음을 발견하게 되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뒤보기는 이런 것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똥누기를 철학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것이 뒤보기다. 말 그대로 뒤를 보면서, 즉 과거를 회상하면서 현재를 반성하고 미래를 계획한다. 개똥철학이 뒤보기에서 나온 것이라는 학설도 제기되고 있다.
면목이나 체면이 형편없이 된 것을 '똥됐다'고 말한다. 세어 보니 이 짧은 글에서 똥이란 말을 무려 쉰아홉 번이나 썼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글이나 이 책이 똥되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걱정스럽다.
-장승욱 著 「도사리와 말모이, 우리말의 모든 것」 p40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