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문학과사회》 2024년 가을호
고통에 대한 명상
한강
새를 잠들게 하려고
새장에 헝겊을 씌운다고 했다
검거나
짙은 회색의 헝겊을
(밤 대신 얇은 헝겊을)
밤 속에 하얀 가슴털이 자란다고 했다 솜처럼
부푼다고 했다
철망 바닥에 눕는 새는 죽은 새뿐
기다린다고 했다
횃대에 발을 오그리고
어둠 속에서 꼿꼿이
발가락을 오그려 붙이고 암전
꿈 없이
암전
기억해, 제때 헝겊을 벗기는 걸
(눈뜨고 싶었는지도 모르니까,)
계간 《문학과사회》 2024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