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시의 정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이것은 급격하게 가득 찬 호각 소리,
이것은 으스러진 얼음 조각들이 깨지는 소리,
이것은 잎을 얼리는 밤,
이것은 두 나이팅게일의 결투.
이것은 여문 달콤한 완두콩,
이것은 콩꼬투리 속에 든 우주의 눈물,
이것은 악보대와 플루트에서 피가로가
우박이 되어 이랑에 쏟아지는 것.
밤이 깊은 웅덩이 바닥에서 헤엄치며
그토록 중요하게 찾는 모든 것,
떨리는 젖은 두 손바닥에 올린
별을 뜰로 옮기는 것.
물속의 널빤지들보다 더 편평한 감감한 공기.
하늘이 오리나무로 가득 찼다.
이 별들은 깔깔대는 게 어울리건만,
우주는 황량한 장소. (1917)
최종술 옮김 『끝까지 살아 있는 존재』(파스테르나크) 민음사 <세계시인선 45> 2021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시의 정의>는 시가 한 편의 '글로 적힌 문장'이 아니라, 생동하는 자연의 생명력과 우주의 본질을 포착하는 '감각적 폭발'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평 (詩評):
감각의 전이가 빚어낸 생동감
이 시는 "시란 무엇인가?"라는 추상적인 질문에 대해 논리적인 설명 대신 강렬한 청각적, 시각적 이미지를 쏟아놓으며 답한다.
▫1연: 소리의 파열과 대결 - 파스테르나크에게 시는 고요한 사색의 결과물이 아니다. '가득 찬 호각 소리', '얼음 조각이 깨지는 소리'처럼 날카롭고 급격하게 터져 나오는 에너지다. 특히 '두 나이팅게일의 결투'는 시적 영감이 치열한 내적 투쟁과 생명력에서 기인함을 상징한다.
▫2연: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의 결합-완두콩과 같은 아주 작은 존재 안에 '우주의 눈물'이 담겨 있다고 노래한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연상되는 음악적 선율이 '우박'이라는 물리적 실체로 변해 땅에 쏟아지는 대목은, 예술이 관념을 넘어 현실의 감각으로 치환되는 과정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3연: 별을 옮기는 행위-웅덩이 속의 별(반영)을 젖은 손바닥에 올려 실제 뜰로 옮기는 행위는 시인의 역할을 정의한다. 시인은 세상의 파편을 수집하여 그것에 새로운 생명과 위치를 부여하는 창조자다.
▫4연: 우주의 황량함과 시의 존재 이유-하늘이 오리나무로 가득 찬 듯한 압박감과 우주의 황량함 속에서, 시인은 깔깔대는 별들의 웃음소리(생명력)를 찾아낸다. 이는 차가운 세계를 예술적 감각으로 데우려는 시인의 고독한 의지를 나타낸다.
요약
이 시는 파스테르나크의 초기 시적 특징인 '직관적 이미지의 폭발'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그는 시를 쓰는 행위를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숨소리와 우주의 눈물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여 '손바닥 위에 별을 올리는 것'과 같은 기적으로 보았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Boris Pasternak):
선율을 쓰는 시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1890-1960)는 러시아 문학사에서 '언어의 음악가'로 불리는 거장이다.
▫예술적 배경: 화가였던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초기에는 작곡가를 꿈꿨을 만큼 그의 시에는 음악적 리듬과 화성이 깊게 배어 있다. 이후 철학을 공부했으나 결국 시의 길로 들어섰다.
▫시적 특징: 그는 사물을 설명하지 않고, 사물이 느끼는 방식을 묘사한다. 인간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사물과 자연이 스스로 말하게 하는 '객관적 서정주의'를 지향했다.
▫닥터 지바고와 노벨상: 소설 <닥터 지바고>로 195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나, 당시 소련 정부의 압박과 박해로 인해 수상을 거부해야만 했던 비극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시인으로서의 정체성: 그는 소설가로 유명해진 후에도 스스로를 언제나 '시인'으로 정의했다. 그에게 세상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비유의 덩어리였으며, 그의 시는 그 변화의 순간을 포착하는 가장 예리한 도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