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공부를 한다는 것.
딸아이와 엄마표 공부를 하고 있다.
사실 엄마표라고 하기에 거창하다.
그저 매일 하는 공부 양을 정하고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푸는 동안
나는 옆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
다 푼 문제를 간단히 채점 한 후 아이가 좋아하는 영어 책을 15분 정도 읽는다.
영어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아이 눈치를 봐서 영상을 틀어 준다던지
전자 영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함께 읽기도 한다.
처음부터 엄마표 공부를 했던 것은 아니다.
여름 방학 전까지만 해도 아이는 주3회 영어학원을 다녔고
학원에는 숙제가 따라오는 것이므로
숙제를 하도록 지시하고,
수학도 어느 정도의 분량을 정해서 하게 시켰다.
내용만 보면
'엄마표 공부'와 '학원을 다니며 숙제와 공부를 집에서 하는 것'에는
차이가 별로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 둘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바로 엄마가 갖는 '책임감'이다.
엄마표 공부를 시작함과 동시에 아이의 공부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다.
아기가 하는 공부 중에 엄마가 모르는 부분은 없다.
비록 1시간 반 정도 주3회 학원에 가서 하는 공부가 얼마나 알찬지 알 수는 없더라도
학원에 보내는 것은 '학원에서 뭔가라도 하겠지'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것은 아이의 공부에 대한 책임감에서 한걸음 정도 물러나게 해 준다.
이에 반해 엄마표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할 수 없다.
오롯이 집에서 하는 공부만이 아이가 하는 공부이다.
그것이 바로 책임감을 갖게 되는 이유다.
싫으나 좋으나 가기만 하면 뭐라도 배워오는 학원에 비해
집이라는 환경은 '꾸준히'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꾸준히 해야한다는 부담감은 꽤 자주 찾아온다.
나 또한 아이와 같이 살을 부대끼며 영어책을 읽을 때
분명 쉽지 않은 노력이기에
문득 이 노력을 포기해버리고 싶은 순간이 오면 어떡하지.
하루 이틀 빠뜨리다 그게 일주일이 되고,
손을 놓아버리는 순간이 오면 어떡하지.
아이와 나 둘 중 하명이 이 상황에 질려버려 하기 싫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무거운 짐을 지면서도
나는 엄마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엄마표 라는 것의 매력또한 엄청나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엄마표 공부의 매력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엄마표 공부를 시작한 후 아이와의 유대를 위해 하는 노력들이 기쁨으로 돌아온다.
엄마표 공부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아이와 관계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좋은 관계에서 시작되지 않은 엄마표는 결국 실패하게 된다.
공부를 위해 시작한 관계를 위한 노력이
결국 부모에게 좋고
가족 전체에게 좋은 것으로 돌아오는 것은 큰 행복이다.
둘째, 좋은 습관을 길러 줄 수 있다.
꾸준함이 몸에 벤 사람들은 삶에서 큰 성과를 이루기 쉽다.
꾸준함의 성과를 느끼고 자신의 성취에 기쁨을 느낄 기회는 엄마표 공부를 통해 보다 쉽게 길러질 수 있다.
물론 학원을 다니더라도 느낄 수 있겠지만 내 경우엔 아이에게 적절한 수준의 과제와 성취는 엄마표에서 더 효과적으로 제시 할 수 있었다.
셋째, 교육에 대한 확신이 생겨 불안이 적어진다.
학원에 아이를 맡길 때 나는 그다지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다.
대형 어학원이니 레벨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성적이 향상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영어 습득과정, 수학 공부 방법 등에 대해 직접 찾아보고 배우며 바른 길이 무엇인지 늘 생각한다.
이것은 첫째로 그치지 않고 둘째까지 적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게다가 직접 공부하고 생각한 '바른 교육 방법'이라 확신이 생기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엄마들의 이야기에 흔들리거나 불안한 일이 확연히 줄었다.
위에 언급한 내용 말고도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서 좋은 장점,
쇼핑과 같은 것들에 신경을 덜 쓰게 되었다는 점,
엄마로서의 효능감이 올라간다는 점 등 많은 것들이 좋다.
모든 일들에는 좋은 점이 있으면 그 반대도 존재한다.
엄마표를 하며 힘든 순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학원을 보내는 것이라고 다른지 않았다.
기회가 되면 학원을 보내며 힘겨웠던 순간들에 대한 글도 적어보고 싶다.
오늘도 아이와 나란히 테이블에 앉아
나는 책을, 아이는 풀어야 할 문제집을 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