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출산장려 글이 되었다
저항 : R, L, C, Z
저항, 전류를 방해하다
저항은 말 그대로 방해하는 요소다. 회로에서 전류가 지나가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다. 저항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R, L, C, Z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전기난로, 선풍기, 충전지 등의 모습이다. 같은 전류와 전압이 각각 다른 저항으로 인해 각각 다른 모습의 에너지로 환산된다. 사실 "저항"이라는 단어는 전류입장에서 쓴 단어일 수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전기의 매개체라고 볼 수 있겠다.
다시 이야기하자면, 전기 그 자체에서 무언가 사람에게 유용해지는 개체로 변환되는 것이다. 전압과 전류의 형태로만 존재하던 전기가 저항을 만나서 실체화되는 것이다. 코일을 만나서 선풍기가 되기도 하고 발열체를 만나 난로가 되기도 하며 콘덴서를 만나 충전지가 되기도 한다.
자녀라는 저항
난 오은영 박사님이 나오시는 금쪽이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애청하는 프로그램 중에 하나다. 참 공감이 많이 가고 마음 아픈 사연도 많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걸 보고 결혼 전의 젊은이들은 아이를 낳고 싶을까? 출산율이 1 이하로 떨어진 지 오래다. 대한민국이 멀지 않은 미래에 인구감소로 소멸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저항"이라는 표현이 좀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양육 환경을 보자면 그렇게 불편한 표현만은 아니다. 수많은 아이 엄마들이 양육현장에서 경력단절과 우울을 겪고 있으며 교육비와 주거비에 대한 부담으로 많은 아이 아빠들이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자녀는 우리에게 진정 저항인 것일까?
저항으로 인해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 겨우 결혼 10년 차인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선배님들이 우습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으나 참 어려웠다. 우리 아이들은 연년생인데 그래서 그런지 난이도가 좀 있는 편이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문제, 아내의 경력단절, 우울, 놀아줘야 하는 시간, 집안일 등 많은 부분에서 희생이 필요한 일이었다. 80년대 생인 나 역시 그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기에 헌신이 요구되는 아빠의 역할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힘들기만 했을까?
아내를 만나고 우리 아이들 둘을 키우면서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 건지 참 많이 알았다.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을 맡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하고 마음이 벅찼다. 어려운 날이 많았지만 그것조차 나에게 축복이었다. 이들과 함께 하는 좋은 날, 슬픈 날, 화나는 날, 대부분의 기쁜 날을 통해 난 아빠가 되었고 부모를 알았다. 망아지처럼 날뛰던, 자유전자, 단순한 전기에서 저항처럼 다가온 아이들을 통해서 그나마 조금은 세상에 이로운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저항이 없어도
저항이 없어도 전기는 분명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의미 있다. 결혼하지 않아도, 아이가 없어도,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자녀를 가져보는 것을 아주 조심스레 권해본다. 자녀는 분명 저항이지만 동시에 세상을 아름답게 비추는 빛처럼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