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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a Kim Jan 30. 2024

사랑이 너무나도 싫은, 사랑꾼의 비애

연못병[: 연애를 못하는 병]에 걸린, 사랑꾼의 딜레마에 관하여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첫 글은 그 해 상반기에 느낀 감정적 분출구로 정리하는 글을 적었지만[첫사랑인듯 첫사랑아닌 끝사랑에 관하여], 원래는 장편의 실화바탕 소설을 연재하고자 하는 꿈? 이라기엔 거창한, 계획이 있었다. [가제: 나의 판타지에게_응답하라 2008]

그러나 뜻대로 글이 잘 정리되지가 않아, 초기 계획에 비해서는 굉장히 밀리게 되었고, 다른 일정들을 소화하느라고 꾸준한 글 발행에 대해서 조금 소홀했던 바 있다. 여튼 차치하고라도, 내 글을 돌아보면 가장 조회수나 라이킷이 많았던, 그리고 주변 지인들의 반응이 핫했던 글은 단언컨대 감정에 관한 글이었다. 특히 애정 관련 이슈 말이다. 첫 발행글의 대상이 되었던 감정적 소재는, 서로 잔잔하게 종종 안부나 전할 수 있는 친구로 남고자 했던 의도와는 달리 나의 가벼운 부탁을 상대방이 무시하면서(태도를 보아하니, 본인을 좋아했다고 만만하게 보고 비웃은 것으로 보인다. 그냥 오랜만에 보거나 낯선 아무 여자사람한테 스킨십하는 스타일인 사람인걸루! ㅎㅎ) 그렇게 한여름밤의 꿈처럼 허망하고 처참히 짓밟힌 자존심의 사례로 남았다. 메인으로 계획한 장편소설에는 2008년을 중심으로 한 10대 시절의 꿈과 좌절, 성장기가 기본값이지만, 그 소재에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는지라, 그러한 부분들이 많이 녹아있을 것이다. 



이렇듯, 내 글에서도 마찬가지로 독자들로 하여금 남의 애정사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유독 눈길을 끄나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로맨스 드라마가 주를 이루고, 연애 프로그램이 성행하겠지. 물론 나는 로맨스에는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어서, 드라마, 예능 등 주류 프로그램들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현대사회의 주류정서인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왜냐? 내 글에서도 구독자들의 선호도만 보아도, 그것이 드러나니깐.



오늘 나는 지독한 사랑꾼이 연못병[:연애를 못하는 병]에 걸린 딜레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바로 화자인 나다. 나는 기본적으로 누군가를 잘 좋아하지 못하는 성향이다. 내가 나를 함부러 정의내린 것이라고 단언하기에는, 이미 나는 3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고, 내가 어떤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빠지는지를 보아온 데이터가 쌓여있다. 흔히 말하는 작은 호감을 느끼고 가벼운 시작, 가벼운 만남을 해본 적이 없다. 왜냐, 기본적으로 이성을 보고 그 대상을 '남자로 본다' 라는 것 자체를 잘 느껴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동성애자이거나, 다른 방향의 성 소수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연애감정의 대상이 동성이거나, 다른 특수성을 가진 대상이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외로움을 안 타는 성향에, 친구 많고 취미 10가지를 굴리는 사람이기에, 옆자리가 필요하다던가 외롭다라는 기분을 느껴본 적 조차 없었다. 그래서 솔로 N년차가 아무렇지도 않았으며, 뭐 이렇게 살다보면 솔로 NN년차는 가뿐히 될 것 같다고 느낀다.



여하튼 이런 성향의 나는 누군가에게 빠지면 정말 겉잡을 수 없이, 미친듯이, 잿더미가 되도록 불타는 사랑을 한다. 살면서 누군가를 연애감정으로 좋아해 본 적 자체가 손에 꼽지만 그 중에서 가벼운 마음, 단순한 호감만으로 좋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사람의 애정성향은 본디 각자의 성향이 있고, 다양하게 다른 가짓수가 존재하겠다만, 이런 성향은 근본적으로 연애가 힘들다. 불꽃같은 사랑을 하는 찐사랑러, 사랑꾼, 이런 나는 연애가 어렵다. 연못병에 걸린 지 어느 덧 굉장히 오래되고 말았다. 이런 성향인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연애 자체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인 것도 맞지만, 연애에 있어서 최강 약자가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무 사랑꾼이라 K-연애 자체가 환멸나고 싫기까지도 하다. 요즘 현대사회를 보면(물론 앞서 말하기엔 예외가 있고 다양한 케이스가 존재한다 하였지만), 나는 불타는 사랑을 하면했지, 배경이며 조건이며를 맞춰 소개팅으로 세 번 만나서 고백받고, 어거지로 '남녀역할놀이'를 해가면서 그 정도의 마음도 없는데 매일 의무적으로 연락하고 관계유지를 위해서 좋은 척 스킨십을 하고싶지가 않다는 것이 그 근본적 요인이다. 뭐 엄청나게 눈이 높느냐?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누군가를 좋아할 때 배경이나 조건 따위를 보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특이 케이스라고, 심하다고 들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이 K-연애사회에서는, 사랑하지도 않는데 어거지로 꾸역꾸역 남녀역할놀이에 불과한 수준의 연애조차도 숙제처럼, 의무감에 해야 정상인 취급을 받으니 더욱 나에게 어렵고, 부담스러운 영역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혹자는 나를 거의 기인 취급을 하기도 한다. 연애가 당연한 사회에서 연애를 안 하고 솔로로 지내고, 소개도 안 받으니까.



이런 불타는 사랑꾼이 그렇다면 정말 만의 하나의 확률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기적같은 상황에 당첨된다면 어떨까. 아직까지 내게 그런 적은 없었다. 나의 사랑은 다 외사랑으로 끝났고(사귀었더라도 상대방은 가벼운 마음, 아무 여자가 필요하다. 정도의 마음이었다. 그러니 대부분 죄다 상대방의 바람으로 끝났곤 하였지), 하필 나는 사주적으로도 이성운이 아예 0에 수렴한다 하니, 저런 상황이 온다는 것을 감히 가정할 수가 없었다. 너무 어려운 일, 복권당첨 급의 확률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내가 상처받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결국 타오르다 못해 억지로 불씨를 제거하는 과정까지 오롯이 혼자 견뎌야 했던, 잿더미, 폐허가 된 채 끝나버리는 게 나의 사랑의 역사였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성향은 참으로 연애가 어렵다. 특히나 나의 마음의 깊이를 알고 악용하는 상대방은 꽤 많은 경우로 존재하며, 이들에게 나같은 존재는 조롱거리가 된다. 상대방의 가벼움과 무시를 알면서도 묵인하여야 하지만, 상대방을 너무 사랑하기에 구속, 집착따위는 감히 시도할 수도 없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기에, 상대방의 무슨 짓조차도 허용하게 되니까. 불꽃 사랑꾼은 늘 잿더미 속에서 남은 재를 붙잡고 심장을 부여잡은 채 아픈 마무리를 짓게 되더라. 가벼운 상대방은 이미 다른 재미, 다른 여자를 찾아 떠나 가볍게, 한없이 가볍게 또다른 남녀역할놀이를 즐기러 갔을 때, 홀로 쓸쓸히 남아서 말이다. 



사랑하기 싫다. 사랑하기 어렵다. 그리고 잊기도 어렵다. 그래서 빈다. 두 번 다시 사랑하지 않게 해주세요. 어차피 내가 K-연애 스타일로 단순히 아무나 소개받아 가볍게, 쉽게 누군가에게 적당한 호감을 느껴서 남녀역할놀이를 하듯 쉬운 연애를 할 수 있는 성향은 아니니 말이다. 그렇게 성향자체가 변화해버릴 가능성을 바라느니, 사랑에 빠지지 않게 해주세요. 더 이상 아프기 싫어요. 라고 빌고, 기도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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