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과 만남

by 도톰한물티슈

현실 너머의 세계


"선생님, 만약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어요?" 창체시간에 V가 던진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중학교 1학년으로 돌아가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할래요." "초등학교 때로 가서 친구들과 더 많이 놀고 싶어요." "유치원 때로 가서 걱정 없이 살고 싶어요."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정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을까. 대학 시절? 고등학교 때? 아니면 어린 시절?

"선생님은 지금이 좋아요." 내가 한 대답에 아이들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지금 여러분과 함께 있으니까.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일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일이야.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거지."

그러자 W가 손을 들었다. "그럼 선생님은 상상을 안 하세요?"

"상상은 많이 해. 하지만 상상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게 아니라, 현실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거야."

상상은 현실의 연장선이다. 아이들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보낸 오늘이 참 좋았다. 현실이 팍팍할수록 상상은 더욱 소중해진다.

퇴근 후 조롱박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상상했다. 몇 년 후 이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그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졌다.


현실을 풍요롭게 하는 상상, 여러분은 어떤 꿈을 꾸시나요?



시간을 건너온 이야기


점심시간에 우리 학교를 졸업한 선배가 찾아왔다. 현재 대학교 1학년인 X였다. 몇 년 전 내가 처음 이 학교에 왔을 때 만났던 아이였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 기억하시죠?"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이 고등학생 때와 똑같았다. 다만 키가 더 크고, 어딘지 더 어른스러워진 것 같았다.

"대학생활은 어때?" "공부는 어때?" "연애는 하고 있고?" 쏟아지는 질문에 X는 웃으며 답했다.

"에이, 연애는요 무슨.. ㅎㅎ그냥 열심히 하고 있어요."

"선생님들이 진짜 좋으셨던 것 같아요. 교수님들은 저희한테는 관심이 없어요. 선생님들도 여전히 열정적이시고." X의 말에 뿌듯했다. 그런데 원래 교수님은 연구하는 사람이라 학생들한테는 관심이 없단다. 하핫. 속으로 삼켰다.

선배라는 존재는 후배들에게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재의 힘든 시간들이 언젠가는 추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퇴근 후 바닷가를 걸으며 생각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선배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후배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그 시간들이 서로를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시간이 만들어주는 연결고리, 소중한 인연들입니다.







일요일 연재
이전 06화무거운 공기와 따뜻한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