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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민 Aug 17. 2024

번진 자리를 따라 가다가

Poem

번진 자리를 따라 가다가     

 

김조민          



몰래 가져다 쓴 시간과 버린 시간의 저물녘  

책갈피 하나만 덩그러니 놓인 밤

불쑥 튀어나오는 이름처럼 

자꾸 펼쳐지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철새들은 그림자를 두고 날아오릅니다

아무도 좌절하지 않는 나머지입니다      


반짝이던 첫 문장은 낡아져 이제 

이렇다 할 단어는 몇 개 없습니다만 

더욱 납작한 마침표입니다 

영원히 쫓기는 환영 같은 것입니다     


믿을 수 없습니다

그토록 뜨겁게 불타오르던 것들 모조리 

거짓말이었습니까?     


아직 오지 않은 안과 밖에 대한 이야기를 남겨두었습니다

잘라내지 못한 것은 그대로 두기로 합니다      


발이 시린 줄도 모르고 자꾸 뻗는 줄기처럼 

늘어가는 빈 페이지에 인기척을 끼워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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