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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by 김조민


김조민



그는 아침 일찍 거리로 나갔다

좁은 골목을 지나 야트막한 오르막을 천천히 걸었다

따르던 어둠이 점점 멀어졌다


붉은 대문 집 마당을 지나갈 때 강아지가 낑낑 대며 자신의 목줄을 잡아당기는 것을 보지 못했다


슬픔과 희망이 막연하게 뒤엉킨 공기를 들이마시며

오로지 하나의 끝을 바라보았다

오르막은 다가오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처음을 둔 채

계속되었다


하수구에서 태어난 날벌레처럼

무한히 자라나 온통을 뒤덮는 한숨처럼

어제의 꼬리가 그의 발목을 낚아챘다

잠시

비틀대기는 했지만 넘어지지 않았다

끝이 잠깐 흔들렸을 뿐

그는 다시 한 발을 내딛는 것으로 삶을 대신했다


더러움과 깨끗함은 현실적이어서 명확했다


처음부터 그가 뒤쫓던 것은 등 뒤에 달라붙은

텅 빈 황무지

그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절망이기도 했다


그는 아침 일찍 거리로 나가 걸었다 끝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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